부산 수영구 남천동에서 재건축이 추진 중인 ‘삼익비치 아파트’의 조감도. 부산 광안대교 바로 앞에 지어질 이 아파트는 최고 99층 높이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건축 디자인은 프랑스 국립 도서관 등을 설계한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가 맡았다. /부산시

부산 광안대교 바로 앞에 최고 99층 아파트 단지를 짓는 계획안이 나왔다. 이를 두고 “관광객을 끌어모을 새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낙관론과 “사업비 등 문제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관론이 엇갈리고 있다. 99층은 서울 롯데월드타워(123층), 부산 해운대 엘시티(101층)에 이어 셋째로 높은 것이다. 재건축 아파트 중에서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단지가 된다.

부산시는 22일 ‘특별건축구역 활성화 시범 사업’ 대상지로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 재건축 단지를 선정했다. 특별건축구역 제도는 디자인이 혁신적인 건물을 지으면 용적률을 20% 높여주는 등 다양한 혜택을 주는 제도다.

삼익비치 아파트는 부산의 랜드마크인 광안대교 바로 앞에 있는 12층 3060가구 대단지다. 1979년 준공했다. 부산 재건축 최대 사업으로 꼽힌다. 조합은 삼익비치 아파트를 최고 99층 3700여 가구로 재건축하겠다는 계획을 부산시에 제출했다. 건축 디자인은 프랑스 국립도서관과 독일 베를린올림픽 벨로드롬 등을 설계한 프랑스의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가 맡았다. 그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2구역 설계에도 참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사업비가 2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 아파트 전경. /김동환 기자

부산 지역 건설 업체 관계자는 “주상 복합 빌딩도 아니고 50층 이상으로 올리려면 공사비가 급격하게 늘어나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앞서 현대차그룹도 서울 삼성동에 105층 글로벌비즈니스콤플렉스(GBC)를 지으려고 했으나 공사비 등을 이유로 층수를 55층으로 낮췄다. 공사비가 뛰면 재건축 조합원이 내야 할 분담금도 늘어난다. 지역에서는 16평에 사는 조합원이 30평형 아파트를 받으려면 분담금을 7억~8억원 내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에는 이미 엘시티(101층), 두산위브더제니스(80층), 아이파크(72층) 등 50층 이상 아파트 단지가 11곳에 이른다. 주민 최모(44)씨는 “일자리가 없어 청년들이 빠져나가고 있는데 초고층 아파트만 자꾸 들어서 서울 사람들만 왔다 갔다 한다”며 “광안대교 일대의 풍경을 특정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독식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김인환 남천2구역 재건축정비사업조합장은 “아예 초고층으로 가는 게 더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조합원이 다수”라며 “공사비와 분담금은 늘어나겠지만 대한민국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면 미래 가치는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부산시는 세계적 건축가가 지은 99층 아파트가 광안대교와 함께 관광객을 끌어모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지역 부동산 업체 관계자는 “최근 광안리 일대 급매물이 모두 사라졌다”며 “부산뿐 아니라 서울, 창원 등에서도 문의 전화가 오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