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픈AI의 챗GPT를 활용해 ‘스튜디오 지브리’ 등 유명 애니메이션 업체 화풍을 흉내 낸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유행하면서, 중고 거래 플랫폼에는 이를 유료로 변환해 주겠다는 상업성 글까지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에 저작권 등을 지적하는 의견이 나오자, 중고 거래 플랫폼들은 제재에 나섰다.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는 8일 공지를 통해 “AI 생성 이미지의 저작권 및 소유권에 대한 기준이 아직 명확하지 않아, 해당 상품 거래가 분쟁 소지 및 법적 이슈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AI를 통해 생성된 이미지 기반 상품에 대해 거래를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번개장터가 이 같은 공지를 한 건 최근 돈을 받고 챗GPT를 활용해 사진을 원하는 스타일의 애니메이션 화풍으로 변환해 준다는 식의 판매 글이 잇따른 데 따른 것이다.
이런 흐름은 다른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서도 나타났다. 이에 당근마켓 역시 생성형 AI를 활용해 요청에 따라 가공한 사진들은 거래가 불가능하다고 공지했다. 자사 중고 거래 성격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당근마켓 측은 “이런 상품의 유상 거래는 구매자가 기대와 다른 결과물을 받게 되어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며 “관련 게시글을 등록하거나 신고가 접수되는 경우 서비스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오픈AI가 새 이미지 생성 모델 ‘챗GPT-4o’을 도입한 이후, ‘하울의 움직이는 성’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지브리의 화풍이 큰 인기를 끌었다. 이 때문에 이미지 생성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샘 울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녹아내리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중고 거래 플랫폼에 올라온 생성형 AI 활용 판매 글들도 대부분 사진을 주면 챗GPT를 활용해 지브리 스타일로 변환해준다는 내용이었다. 가격대는 장당 500~3000원 사이에 구성됐다. 판매자들은 “사진 보내주시면 지브리 스타일로 만들어 드려요” “웨딩 커플 사진 보내주시면 지브리 스타일로 변경해드려요” 등의 내용으로 홍보했다. 당근마켓에서는 업체로 등록한 뒤 “간직하고픈 사진을 생성형 AI를 활용해 지브리 스타일로 바꿔드리겠다”는 판매자까지 등장했다.
중고 거래 플랫폼들이 생성형 AI를 활용한 이미지 거래를 제한하고 나선 것과 별개로, 온라인상에서는 이 돈벌이 수단을 두고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아직 저작권 침해라고 단정되지 않았으니 문제 되지 않는다”는 반응과 “창작 스타일을 빌려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건 문제”라는 의견이 맞섰다.
저작권 침해 논란을 두고서는 업계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오픈AI가 지브리를 비롯한 애니메이션 제작사들과 저작권 계약을 맺었는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저명한 제작사나 만화의 화풍을 활용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반면, 저작권 침해로 단언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다만 박애란 한국저작권위원회 변호사는 “저작권법상 스타일이나 화풍 같은 아이디어 영역은 저작물로 보호되지 못하고 표현이 보호된다는 원칙이 있다”며 “저작권법상 보호받지 못해도 부정경쟁 방지법 같은 다른 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이어 “AI를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저작물을 사용한 것이 저작권 침해인지에 대한 쟁점이 있다”며 “관련 소송 등 분쟁들이 계속 생기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