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10파운드

영국의 10파운드(약 1만5000원) 지폐에는 영국의 소설가 제인 오스틴(1775~1817)이 그려져 있습니다. 제인 오스틴은 1999년 영국 BBC방송의 ‘지난 1000년간 최고의 문학가’ 설문 조사에서 극작가 셰익스피어에 이어 2위에 오른 작가예요. 10파운드에 실린 제인 오스틴의 초상화는 1869년 제인의 조카가 의뢰해 제임스 앤드루스라는 화가가 그린 수채화 작품이랍니다. 화폐에 새겨진 문구 “독서만 한 즐거움은 없어!”는 제인 오스틴의 대표작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에 나오는 글귀이기도 하죠.

1775년 햄프셔주 스티븐슨에서 태어난 제인 오스틴은 옥스퍼드대 출신 검소한 사제였던 아버지와 귀족 가문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8남매 중 일곱째 딸로 태어났어요. 아버지는 당시 수많은 책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것이 어린 시절 제인 오스틴이 책을 많이 읽고 문학적 재능을 키울 수 있었던 배경이 되었다고 해요.

평생 미혼으로 살았던 제인 오스틴은 스무 살 때 아일랜드 청년 토머스 리프로이를 만나 사랑에 빠졌지만 결혼하지 못했어요. 토머스 리프로이 집안은 외삼촌이 대법관이라서 제인보다 더 부유한 집안을 결혼 상대로 원했고, 제인의 가족 또한 토머스보다 능력 있는 남자를 만나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서로 사랑하지만 결혼할 수 없어 상실에 빠졌던 제인 오스틴이 이 시기에 쓴 소설이 1797년 집필한 ‘첫인상(First Impressions)’입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출판사의 거절로 출간되지 못했고 몇 군데 수정을 거쳐 1813년 ‘오만과 편견’이란 이름으로 출판되었다고 해요.

‘오만과 편견’이 오랜 세월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것은 당시 사회상과 인물들의 생각이 오늘날 현대인에게도 깨우침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19세기 초 영국의 시골 마을에서 다섯 명의 딸을 둔 부모님이 자녀를 좋은 집안에 시집보내려 애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어요. 당시 영국의 상속법은 부모 재산이 오직 아들에게만 상속될 수 있었기 때문에 딸들은 부유한 남편을 만나야 안정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소설 속 어머니는 딸들을 좋은 집안에 시집보내기 위해 무도회에 계속 참석시켜요. 그곳에서 첫째 딸 제인은 부유한 귀족 신사 빙리를 만나고 주인공인 둘째 딸 엘리자베스는 빙리의 친구 다아시를 만나게 됩니다.

엘리자베스는 첫인상에 다아시가 오만한 남자라는 편견을 가지게 되고 다아시의 청혼을 거부해요. 그러나 자신과 자신의 집안을 위해 다아시가 많은 노력을 한 것을 알게 된 엘리자베스는 결국 다아시의 차가운 인상 속에 감춰진 진심을 깨닫게 됩니다. 다아시가 오만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자신의 편견이었고, 그런 편견을 가졌던 건 다름 아닌 자신이 오만했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된 거죠.

영국인들의 제인 오스틴 사랑은 대단해요. 지난 2012년 제인 오스틴의 후손들이 금과 터키석으로 장식된 제인 오스틴의 반지를 경매에 출품해 이 반지가 미국으로 반출될 뻔한 적이 있었는데요. 영국 정부가 ‘국보급 유물’이라며 한시적인 반출 금지 조처를 내리고 “제인 오스틴과 관련된 물건은 무엇이든 진귀하다. 영국인 구매자가 나타나 나라를 위해 이 반지를 지켜주길 바란다”고 밝히면서 자발적인 기부가 이어졌답니다. 그 결과 이 반지는 현재 영국에 그대로 남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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