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도로 곳곳에서 ‘전기차’를 보는 게 어렵지 않죠. 오늘날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들이 엔진 소리 나는 내연기관 차 대신 환경과 편안함을 중요시하는 전기차로 새로운 청사진을 그리고 있어요. 이런 전기차 열풍의 선두에 서 있는 건 미국의 전기 자동차 회사 ‘테슬라(Tesla)’랍니다.
◇성공한 몽상가, 일론 머스크
지금의 테슬라를 만든 인물은 ‘성공한 몽상가’로 불리는 일론 머스크(49)예요. 197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어요. 머스크의 아버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실력을 인정받던 엔지니어였는데, 이 때문에 머스크는 어려서부터 공학과 과학에 친숙했습니다.
미국으로 건너간 머스크는 대학에서 물리학과 경제학을 전공했고, 이후 인터넷과 우주, 친환경 재생 에너지란 세 가지를 목표로 창업에 뛰어들게 됩니다. 그의 첫 번째 성공은 1999년 만든 ‘페이팔’이었어요. 인터넷에서 돈을 지불할 때 쓰는 간편 결제 시스템이었는데, 그야말로 전 세계적인 ‘대박’을 쳤지요. 페이팔은 2002년 온라인 상거래 업체인 이베이가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에 인수했답니다.
페이팔의 성공으로 막대한 돈을 손에 쥐게 된 머스크는 우주 관련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습니다. 2002년 설립한 민간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 엑스(Space X)’예요. 화성에 식물을 기르고 싶다는 꿈을 꾸며 러시아에서 우주 발사체 구입을 알아보다가, 너무 비싼 가격 때문에 차라리 직접 만들어서 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해요. 당시 많은 사람이 ‘젊은 부자의 허황된 꿈’이라고 비웃었지요.
◇지루한 전기차 이미지를 뒤집다
‘테슬라’는 머스크가 재생 에너지로 눈을 돌려 키운 회사예요. 테슬라는 원래 마틴 에버하드와 마크 타페닝이란 엔지니어들이 2004년 공동으로 세운 회사였습니다. 그런데 머스크가 조금씩 테슬라 지분을 사 모은 뒤 2007년 최대 주주가 되어 스스로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습니다.
전기차 기술은 1830년대 처음 개발됐어요. 그러나 상용화되지 못하다가 일본 자동차 회사 닛산이 2010년 ‘리프(leaf)’를 내놓으면서 본격적으로 대중화됐죠. 그렇지만 닛산이 아니라 테슬라가 전기 자동차의 미래를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죠. 그 이유는 테슬라가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2006년 테슬라가 만든 첫 전기차는 ‘로드스터’였습니다. 로드스터는 지붕이 위로 열리는 날렵한 디자인의 2인승 스포츠카였는데, 전기차 수요 자체가 많지 않던 시절 전기로 달리는 스포츠카를 만드는 건 사실 도박에 가까웠지요. 하지만 이는 거꾸로 상당히 성공적인 전략이었어요. 친환경에만 맞춰져 있던 지루한 전기차의 이미지를 테슬라가 완전히 바꿔놓았거든요.
2009년 머스크는 테슬라의 주력 제품이 된 고급 전기 자동차 ‘모델S’를 내놓습니다. 모델S는 이전과 전혀 다른 방향성을 추구하는 전기차였어요. 무게만 2톤이 훌쩍 넘었지만 한 번 충전하면 647km를 주행할 수 있었고, 정지 상태에서 단 2.4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내달릴 수 있는 고성능 차량이었습니다. 이 역시 기존의 고루한 전기차 이미지를 벗어주었죠.
◇자동차? 달리는 컴퓨터!
테슬라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은 배터리입니다. 이전까지 전기차는 전용 리튬 배터리를 썼지만 테슬라는 노트북에 들어가는 동그란 원형 전지를 수천 개 묶어서 하나의 거대한 차량용 배터리를 만들었어요. 이 원형 배터리는 이미 노트북을 통해 수십 년간 안정성을 인정받은 데다 가격까지 저렴했거든요.
또 다른 경쟁력은 소프트웨어입니다. 예컨대 테슬라의 모델S에는 운전석 옆에 복잡한 버튼 대신 태블릿PC처럼 생긴 큼직한 디스플레이가 달려 있습니다. 이걸 터치해서 음악을 듣거나 길을 찾고, 에어컨과 선루프 등 각종 차량 기능을 제어합니다. 또 테슬라는 항상 LTE(4세대 이동통신)로 초고속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고, 차량 내 많은 설정들이 이 통신 네트워크를 타고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됩니다. 타면 탈수록 최고 속도가 점점 높아지고 승차감이 더욱 좋아지는, 이전과 전혀 다른 형태의 자동차가 만들어진 거예요.
테슬라는 자동차의 유통 구조도 바꾸었어요. 흔히 자동차를 살 때 매장에서 영업사원을 통해 차를 구입하게 되는데, 테슬라는 인터넷에서 차량 예약과 주문, 맞춤 서비스 등을 모두 고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차량 기능을 추가하는 방법도 우리가 스마트폰에서 게임을 살 때와 똑같이 진행됩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기능인 ‘오토파일럿’을 쓰고 싶다면 판매점이나 정비소에 가서 기기를 구입하는 게 아니라 테슬라 홈페이지에서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면 된답니다. 그러면 구입한 소프트웨어가 원격으로 차량에 설치되고, 내 차가 순식간에 자율주행 차량이 되는 것이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상호 작용이라는 실리콘밸리의 최첨단 흐름을 자동차에 처음 심은 거예요. 이후 테슬라는 SUV 형태의 모델X,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모델3 등을 잇따라 내놓았답니다.
2010년 상장 당시 테슬라의 주가는 주당 17달러였는데 지금은 439달러(16일 기준)로 25배 넘게 뛰었습니다. 올해 6월엔 시총 2000억달러를 넘어 일본 도요타를 누르고 시가총액 세계 1위 자동차 회사가 됐지요. 2008년 1500만달러(약 172억원)였던 연 매출은 2019년 245억7800만달러(약 28조원)로 1600배 넘게 뛰었어요.
물론 테슬라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습니다. 100년 넘게 내연기관 차를 만들어 온 자동차 기업들도 고전하는 것이 전기차인데 이제 막 생겨난 회사가 과연 쓸 만한 차량을 만들 수 있겠냐는 거죠. 또 전기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테슬라는 배터리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론 머스크는 최근 ‘배터리 데이’ 발표에서 추가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밝히고 오는 2030년까지 연간 2000만대 수준으로 테슬라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했답니다. 현재 테슬라 생산량(약 50만대)의 40배 수준이죠. 앞으로도 테슬라는 전기차의 미래를 계속 그려낼 수 있을까요?
[에디슨과 경쟁했던 ‘천재 발명가’ 니콜라 테슬라]
‘테슬라’라는 회사의 이름은 ‘교류 전기의 아버지’로 불리는 발명가 니콜라 테슬라(1856~1943)의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세르비아계 미국인이었던 그는 전기가 보급될 무렵, 더 싼 값에 전기를 멀리 보낼 수 있는 ‘교류 전기(AC) 시스템’을 개발했어요. 당시 에디슨은 ‘직류 전기(DC)’를 사용해서 사업을 펼치고 있었기 때문에 둘은 라이벌 관계가 됐지요. 테슬라는 당시 사업적 수완이나 특허권 등에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에디슨만큼 유명세를 치르지 못했어요. 그러나 오늘날 냉장고, 텔레비전 등 대부분의 전자 제품은 테슬라가 개발한 교류 방식으로 작동된답니다. 수소 트럭 회사인 ‘니콜라’도 그의 이름을 따서 사명을 지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