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골프 선수 임성재(22)가 아시아 선수 최초로 마스터스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마스터스는 US오픈, 브리티시오픈, PGA챔피언십과 함께 남자 골프 4대 메이저 대회예요. 매년 대회 장소가 바뀌는 다른 메이저 대회와 달리 마스터스는 늘 미국 조지아주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립니다. 골프 마스터가 되자는 뜻에서 마스터스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1934년 시작된 마스터스는 오래된 역사만큼 다양한 전통이 있습니다.
임성재 선수는 대회를 앞두고 우승하면 한국의 양념 갈비를 직접 구워 저녁 대접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죠. 우승자가 다음 해에 역대 챔피언들을 초대해 저녁을 대접하는 ‘챔피언스 디너’라는 전통이 있기 때문이에요. 마스터스 개막을 이틀 앞두고 전년도 우승자인 디펜딩 챔피언이 메뉴를 정해요. 챔피언이 자기 나라의 특별한 음식을 내놓죠. 2004년 한국인 선수로 가장 좋은 성적인 3위를 기록한 최경주 선수는 앞으로 우승하면 청국장을 챔피언스 디너에 내놓겠다고 했었죠.
마스터스 우승자는 ‘그린(Green) 재킷’을 입습니다. 그린 재킷은 마스터스의 상징과도 같은데요. 처음에는 클럽 회원들과 일반 갤러리를 구분하기 위한 용도로 도입됐어요. 1949년부터 우승자에게 그린 재킷을 줬습니다. 그린 재킷은 다음 대회까지만 가지고 있다가 반납해야 한대요. 우승을 두 번 하면 하나 더 주는 것이 아니고 처음에 만들어 보관하던 것을 다시 준다고 합니다.
독특한 규정도 많아요.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를 소지하고 입장할 수 없어요. 팬들이 출입하는 게이트에는 공항 검색대처럼 금속 탐지기를 설치했어요. 선수들도 마찬가지로 전자기기를 소지할 수 없어요. 트위터를 즐겨 하는 이언 폴터(잉글랜드)는 2011년 대회 때 사진과 동영상을 찍다가 주의를 받기도 했죠.
관람 매너도 엄격합니다. 선수들이 집중해야 할 때 방해되지 않도록 정숙해야 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코스에서 뛰거나 눕는 것도 안 돼요. 선수에게 사인을 요청하는 것도 금지돼 있습니다. 다른 대회처럼 경기를 마친 선수들에게 사인받는 모습도 볼 수 없죠. 복장 규정도 엄격해요. 젊은 선수들이 인터뷰 때 챙이 달린 골프 모자를 뒤로 돌려 쓰는 경우가 있는데 마스터스에서는 허용되지 않아요.
방송까지도 따라야 할 전통적 규정이 많아요. 마스터스 중계를 하는 방송사는 1시간 방송에 4분 이상 광고를 하면 안 됩니다. 아나운서나 해설자는 관람객을 일반 골프 대회와 달리 갤러리라고 부르지 않고 반드시 패트론(Patron)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평생 후원자란 뜻이에요. 대회를 위해 기여하고 관심을 가져 주시는 분들이라는 감사 표현입니다.
마스터스를 개최하는 오거스타 골프 클럽은 ‘골프의 성인’이라 불리는 보비 존스가 만든 곳입니다. 이 골프 클럽은 회원이 누구인지, 몇 명인지 외부에 알리지 않고 비밀을 유지한다고 해요. 회원 중 하나가 그만두거나 죽어서 빈자리가 생기지 않으면 신입 회원을 받지 않기 때문에 정말 귀한 자리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