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SK텔레콤의 상거래 서비스인 11번가는 “미국 아마존과 협력해 11번가에서 고객들이 아마존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 한국에 우회 진출한다는 얘기입니다. 이르면 내년 초 아마존과 11번가가 운영하는 글로벌 쇼핑 서비스가 시작될 예정이래요. 국내 유통가를 초긴장하게 만든 아마존은 어떤 기업인지 알아보겠습니다.

/그림=안병현

미국을 대표하는 IT(정보기술) 기업인 아마존의 정확한 회사 이름은 ‘아마존닷컴’입니다. 본사는 미국 서부 시애틀에 있어요. 쇼핑부터 인공지능 기술, 클라우드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하고 있지요. 특히 전자상거래 분야에선 아마존을 따라올 기업이 없습니다. 지난해 아마존 매출은 2805억달러(약 311조원)를 기록했어요. 아마존을 뺀 미국의 모든 상거래 회사의 규모를 합쳐도 아마존의 매출을 뛰어넘지 못해요. 지난 2017년엔 아마존 제2 본사를 유치하기 위해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 238개 도시가 신청 서류를 내기도 했답니다.

◇인터넷 서점으로 시작한 IT 공룡

아마존의 시작은 인터넷 서점이었어요. 창업자이자 현 CEO(최고경영자)인 제프 베이조스는 프린스턴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려다, 물리학에 천부적인 자질이 있는 친구들을 보고 물리학도의 꿈을 접어요. 대신 컴퓨터공학을 선택했죠. 졸업 후 금융 회사에서 통신, 네트워크 등 인터넷 기반 사업과 관련된 일을 했대요. 20대에 최연소 부사장 자리에 올랐을 정도로 인정받았지만, 1994년 서른 살에 창업을 결심하고 회사를 나오게 됩니다.

1995년 7월 아마존은 사무실도 없이 집 창고에서 인터넷 서점을 시작했어요. 당시엔 인터넷 쇼핑몰이 흔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상품을 사는 걸 망설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책은 선택의 고민이 적고, 배송 중에 고장 날 이유가 없는 좋은 ‘인터넷용’ 상품이었어요. 베이조스는 책 유통 구조와 재고관리, 수익률을 꼼꼼히 따져 비용을 최소화했어요.

아마존은 1998년 책 외에 영화 DVD를 팔기 시작했어요. 책과 마찬가지로 콘텐츠를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작고 가볍기 때문에 아마존의 유통 경험을 담아내기에 적절한 물품이었죠. 아마존은 DVD 판매를 시작하기 전에 영화 정보를 담아 두는 사이트인 IMDb를 인수해 모든 영화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했습니다. IMDb는 지금까지도 세계 최대의 영화 정보 사이트인데, 이 정보와 DVD 쇼핑을 연결한 것이죠. 콘텐츠에 대한 아마존의 관심은 이후 전자책 사업인 ‘킨들'을 비롯, 음원과 영상의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서비스로도 이어져요. 아마존은 인터넷에서 팔아야 하는 상품이 책이나 DVD 그 자체가 아니라 정보와 콘텐츠라는 걸 알고 있었던 셈이에요.

◇아마존 웹서비스 개발

급성장하던 아마존은 늘어나는 물류를 처리하는 경험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바꿔 나가게 됩니다. 아마존은 미국 전자상거래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독일, 영국, 호주 등에서도 서비스를 운영했어요. 그래서 아마존은 밀려드는 거래를 빠르고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인터넷 서비스가 필요했습니다. 서비스를 처리할 서버(대형 컴퓨터) 용량을 늘리는 것도 중요했지만 갖고 있는 서버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기술이 필요했어요. 아마존은 자체적으로 클라우드(인터넷에 있는 저장 공간) 컴퓨팅 환경을 마련하기 시작했습니다. 막대한 유통망을 바탕으로 아마존은 세계에서 손에 꼽을 만큼 높은 클라우드 기술을 갖게 됐어요. 그리고 이 기술과 경험도 다른 기업에 팔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 아마존이 2006년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 웹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입니다.

아마존 웹서비스는 지금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을 누르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기업이 쓰는 클라우드 서비스로 자리 잡았습니다. 현재 아마존 웹서비스는 아마존 전체 매출의 12.5% 정도지만, 앞으로 아마존의 미래를 책임질 커다란 사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어요. 베이조스 CEO도 앞으로 아마존의 가장 큰 사업이 이 클라우드가 될 것이라고 말해요.

◇인공지능 비서 알렉사

아마존은 사물인터넷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사물인터넷은 인터넷으로 각종 사물을 연결해 정보를 소통하는 서비스를 뜻해요.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주문하고, 더 빠르게 효과적으로 상품을 배송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사물인터넷 서비스로 이어진 거죠. 2014년 아마존은 ‘대시(Dash)’라는 작은 제품을 출시했어요. 이 기기는 바코드 스캐너인데, 집에서 세제의 바코드를 스캔하기만 하면 따로 아마존에 접속하지 않아도 똑같은 물건을 결제해 배송해 줍니다.

아마존은 버튼 한 번만 누르면 상품을 바로 배송해주는 ‘대시 버튼’이란 기기도 내놓습니다. 예를 들어 시리얼을 자주 먹는 사람들은 시리얼을 두는 곳 근처에 대시 버튼을 붙여놓고 시리얼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벨을 누르는 것처럼 이 버튼을 누르면 바로 배송이 되는 방식이에요.

이 기술은 이후 음성 인식으로 확대됩니다. 아마존의 음성 비서 ‘알렉사’입니다. 아마존은 알렉사를 지닌 스피커를 내놓았는데, 이 스피커에 “세제 주문해줘”라고 하면 알렉사가 주문을 처리해요. 알렉사는 음악 재생, 날씨, 뉴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아마존은 물건을 들고 나오면 저절로 계산과 결제가 되는 무인 상점인 ‘아마존 고’, 드론으로 빠르게 물건을 배송해주는 시스템 등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을 분석해 물건을 주문할 확률이 올라가면 주문과 결제가 이뤄지기 전에 미리 배송을 시작하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어요. 결제만 하면 곧바로 문 앞에 상품이 도착하는 날이 올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