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세계보건기구(WHO)의 조사관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진원지가 중국 윈난성의 박쥐동굴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조사관은 “코로나 바이러스는 박쥐 개체군에서 발견된 자연계에서 유래한 바이러스”라고 했습니다. 전 세계를 감염병 공포에 빠뜨린 코로나 바이러스가 동물로부터 전염됐다는 것이죠. 덴마크에선 돌연변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밍크에서 발견됐습니다. 인간과 동물을 오가며 감염균이 퍼지고 있어요. 이렇게 인간과 동물이 모두 걸리는 감염병을 인수 공통 감염병이라고 합니다. 주로 동물에서 사람으로 감염되는 병을 의미하죠. 인수 공통 감염병을 뜻하는 영어 단어 ‘zoonoses’는 그리스 어원인 동물(zoon)과 병(nosos)이 합쳐진 말이에요.

◇동물에게서 인간으로 감염

최근 유행하는 전염병의 75% 이상이 인수 공통 감염병입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인수 공통 감염병은 약 250종입니다. 이 중에서 전파력이나 치사율이 높아 집중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질환은 100여 종이에요. 과거 대표적인 인수 공통 감염병은 탄저병, 브루셀라증,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광견병, 일본뇌염, 변이형 크로이츠펠트야콥병, 소해면상뇌증 등입니다. 소, 양, 말과 같은 가축들을 사육하면서 사람과 동물 사이에 병원체를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 많이 조성됐어요.

20세기 후반 이후 웨스트나일열, 니파바이러스감염증, 헨드라바이러스 감염증, 에이즈,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등 새로운 인수 공통 감염병이 추가로 보고되고 있어요.

인수 공통 감염병은 주로 동물의 배설물, 타액 등을 통한 경로나 모기, 진드기 등 곤충을 통한 매개체를 통한 경로로 감염됩니다. 우유, 고기 등 음식에 있는 전염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을 통해 감염이 되기도 하죠.

/그래픽=안병현

◇1960년대 인간에게 전파된 코로나

코로나 바이러스는 아데노바이러스, 리노바이러스 등 사람에게 감기를 일으키는 3대 바이러스 중 하나입니다. 1930년대 닭에서 처음 발견됐고, 이후 개, 돼지, 조류 등을 통해 전파됐죠. 1960년대에 사람에게 바이러스가 발견됐습니다. 발견 당시 전자현미경으로 본 바이러스 입자 표면에 곤봉 모형의 돌출부가 보였는데, 왕관을 연상시킨다고 해 라틴어 왕관을 뜻하는 ‘corona’에서 따와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불렸죠. 인체에 감염을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현재까지 확인된 것이 총 7종 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각 바이러스의 특성과 숙주에 따라서 호흡기와 소화기 등에 감염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는 새로운 유형의 코로나 바이러스입니다. 이 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해선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우한의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유출됐을 수 있다는 설이 있고 중국은 해외에서 수입한 냉동식품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됐다고 주장하고 있죠. 하지만 최근 WHO는 중국 윈난성의 박쥐동굴을 지목하면서 “완전히 같진 않지만 우리가 아는 한 코로나 바이러스와 가장 가까운 유형”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아직 코로나 바이러스가 어떻게 박쥐에서 인간에게로 전파됐고, 어떻게 우한 사람들에게 갔을까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했어요. WHO 조사관은 “박쥐 외에 다른 동물종도 이 감염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죠.

최근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이전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일으킨 대규모 감염병 사태는 사스와 메르스입니다. 2002년 처음 등장한 사스는 박쥐에서 사향고양이를 거쳐 사람에게로 전파됐어요. 2015년 우리나라를 강타한 메르스는 원래 박쥐를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였는데 낙타에게 전염됐고 결국 인간까지 감염시키는 인수 공통 전염병이 됐죠.

◇밍크 농장에서 나온 변종 코로나

지난 11월 4일 덴마크 북부 지역에 있는 밍크 농장에서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견됐습니다. 덴마크 방역 당국에 따르면 밍크로부터 사람 200명 이상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는데, 이들 중 12명에게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된 거죠.

4월 26일 네덜란드 농장 두 곳에서도 밍크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돼 농장 노동자에게 바이러스를 옮겼습니다. 스페인의 밍크 농장에서도 노동자 14명 중 7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고, 스웨덴과 이탈리아, 미국, 캐나다의 밍크 농장에서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보고됐습니다.

밍크는 처음에 어떻게 코로나19에 감염되었을까요. 덴마크 정부는 먼저 인간들로부터 농장의 밍크에게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염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 후 밍크에게서 돌연변이가 나타났고, 그 변종 바이러스가 다시 인간에게 전염됐다고 밝혔어요. WHO는 이 변종 바이러스를 ‘클러스터5’로 명명했습니다. 이렇게 이종 간 감염이 늘어나면 강력한 변종 바이러스의 등장 확률이 높아집니다. 클러스터5는 앞으로 나올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의 효과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어요.

바이러스는 변신의 명수예요. 자신의 유전자를 끊임없이 변화해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바이러스를 100% 방어할 수 있는 백신을 만들기 어려워요. 전문가들은 클러스터5가 어떻게 돌연변이를 일으켰는지, 바이러스의 유전자 서열을 빠른 시일 안에 밝혀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면 또 다른 대유행 사태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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