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금속활자 1600여점 등 조선 시대 각종 유물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어요. 발견된 유물 중엔 자동 물시계의 부품인 ‘주전’도 있었어요. 주전은 시간을 알리는 시보(時報) 장치를 작동시키는 부품인데, 기록으로만 전해지다 실물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이 주전은 1438년 세종 때 제작된 흠경각 옥루 또는 1536년 중종 때 제작된 보루각 자격루 부품으로 추정돼요. 이 밖에도 주·야간 천문시계 ‘일성정시의’도 출토됐어요. 일성정시의는 낮에는 해시계로 이용하고 해시계를 이용할 수 없는 밤에는 별자리를 이용해 시간을 가늠한 천문시계였어요.

/문화재청

시간은 쉬지 않고 흐르지만 눈에 보이지 않아요. 보이지 않는 시간의 흐름을 가늠하기 위해 인간이 만든 장치가 바로 시계죠. 시간을 재는 단위는 초·분·시가 기본이지만, 일·주·달·년도 크게는 시간 단위라 할 수 있어요.

먼 옛날 기계식 시계가 발명되기 전에는 자연물을 이용해 시간을 측정했어요. 인류 최초의 시계로 알려진 것은 해시계로,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생기는 그림자를 이용해 시간을 측정하죠. 양초 시계는 일정한 간격으로 표시를 한 양초에 불을 붙여 타버린 양초 길이나 남은 양초 길이로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있게 한 것이에요. 기름 시계도 양초처럼 불에 붙여 남아 있는 기름의 양으로 시간을 측정했대요.

물시계도 고대 때부터 쓰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보통 물통에 작은 구멍을 뚫어서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도록 만든 단순한 형태였어요. 물통에 남은 물의 양이나 떨어진 물의 양으로 시간을 측정하는 방식이죠. 그런데 1434년 세종 때 장영실이 만든 자격루(自擊漏)는 훨씬 복잡한 물시계였어요. 일정한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종을 쳐서 시간을 알려주는 자동 물시계였죠. 가장 위쪽 그릇에 담긴 물이 일정하게 흘러 아래에 있는 그릇으로 떨어지면, 그릇에 들어 있던 나무 막대가 떠올라 미리 설치된 구슬을 건드려 밑으로 굴려요. 구슬은 숟가락처럼 생긴 장치 한쪽에 떨어지고, 다른 한쪽이 올라가 목각 인형을 건드려 종을 치게 하죠. 즉, 부력⋅지렛대⋅공의 운동 등 다양한 원리가 적용된 매우 과학적인 장치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