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코리아 1973년 1차 석유 파동이 발생하자 일부 국가에선 자동차 대신 말을 타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어요. 사진은 한 사람이 말이 끄는 자동차를 타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코리아 1973년 1차 석유 파동 당시 한 주유소에 '미안하지만 일시적으로 가솔린이 품절됐다'고 적힌 표지판이 서있어요.

최근 디젤차 운행에 꼭 필요한 ‘요소수’ 품귀 사태가 벌어져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겪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요소수의 원료인 요소를 중국에서 90% 이상 수입해왔는데, 갑자기 중국이 수출을 중단하자 대란이 벌어진 거죠. 요소수 사태는 중국과 미국의 갈등에서 비롯됐어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데 호주가 동참하자, 중국은 호주로부터 석탄 수입을 중단했죠. 석탄이 산업 곳곳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중국에서 석탄 공급이 줄자 석탄 가격이 급등했어요. 그 결과 석탄에서 추출하는 요소의 가격도 급등했죠. 결국 중국은 자국 내 요소 확보를 이유로 해외 수출을 갑자기 중단해버린 거예요.

이번 요소수 사태를 보면 자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어요. 자원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글로벌 경제가 휘청거리고 물가가 치솟아 국민들의 삶에도 큰 영향을 주지요. 그래서 21세기는 ‘총칼의 전쟁’이 아니라 ‘자원 전쟁의 시대’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자원 공급을 둘러싸고 벌어진 세계적 사건들,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요?

◇전 세계 뒤흔든 ‘오일 쇼크’

19세기 말 석유 시추가 시작되면서 ‘석유의 시대’가 열렸어요. 20세기 들어 세계 곳곳에서 대형 유전이 발견됐어요. 공급이 늘자 석유 가격은 떨어졌어요. 원유 정제 기술을 갖고 있는 셸 등 대형 석유 회사들은 중동 산유국에서 원유를 값싸게 사들여 큰 이득을 남긴 반면, 정작 산유국들은 큰 이익을 누리지 못해 불만이 컸죠.

이에 세계 원유 수출량의 80% 이상을 담당하고 있던 산유국들은 원유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1960년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창설했어요. 이런 상황에서 1973년 이집트·시리아 등 8국이 이스라엘을 협공한 ‘4차 아랍·이스라엘 전쟁’이 일어났어요. 처음엔 아랍 국가들이 우세했지만,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하며 전세가 역전됐어요. 그러자 아랍 국가들은 석유를 무기로 사용하기로 합니다. 0PEC를 통해 미국 등 서방국가들에 원유 수출을 중단하고, 원유 가격을 인상했어요. 그 결과 원유 가격은 급격히 치솟아 1973년 10월 1배럴당 약 3달러 하던 원유 가격이 두 달 만에 네 배 가까이 올랐어요. 석유를 원료로 한 제품 가격도 잇따라 오르고 세계 각국의 물가가 폭등했어요. 이를 ‘1차 오일 쇼크(석유 파동)’라고 해요.

석유 공급 문제는 1979년 ‘이란 혁명’으로 팔레비 왕조가 무너지고 이슬람 원리주의에 입각한 공화국이 들어서며 다시 발생했어요. 이란의 새 정권은 국내 정치 불안을 이유로 석유 수출을 중단했어요. 세계 원유의 10%를 차지하던 이란이 석유 수출을 중단하자 원유 가격은 또 치솟았죠. 이를 ‘2차 오일 쇼크’라고 합니다. 1배럴당 3달러 하던 원유 가격은 석유 파동을 거치며 10배가 됐습니다.

석유 파동 후 수십년이 지나 선진국들은 기후 변화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고 대체 가능한 친환경 에너지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어요.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에 투자를 확대했죠.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앞으로 40년 내에 태양광과 풍력이 화석연료를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어요.

하지만 최근 들어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요. 각국이 앞다퉈 탄소 배출을 규제하자 석유나 천연가스 생산량은 줄어들었지만 수요는 그만큼 줄지 않아 가격이 급등한 거예요. 풍력·태양광발전량이 에너지 수요를 못 쫓아가면서 화석연료 몸값이 올라간 거죠. 또 세계 각국이 재생에너지 발전과 전기차 생산을 늘리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쓰이는 원자재 가격도 치솟았습니다. 예를 들어 배터리와 태양광 패널, 풍력발전용 타워에 고루 쓰이는 알루미늄의 가격은 올 초 t당 2000달러에서 지난달 3000달러까지 올랐어요. 이 같은 현상을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이라고 해요. 친환경을 뜻하는 ‘그린’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인데, 탄소 중립으로 가는 과정에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현상을 말해요.

◇중국의 전략 무기 된 ‘희토류’

20세기 후반 전 세계적으로 ‘희토류’가 각광받고 있어요. 희토류는 란타넘·이트륨 등 17개 원소를 말해요. 배터리, LCD, 스마트폰 카메라와 제트엔진 등 첨단 산업에 꼭 필요한 광물로 ‘첨단 산업의 비타민’이라고 불려요.

희토류는 중국이 전 세계 사용량의 95%를 공급하고 있어요. 다른 나라에도 매장돼 있지만, 채굴이 어렵고 이 과정에서 오염 물질이 나온다는 이유로 선진국들은 적극적으로 생산하지 못했죠. 그사이 산업에서 중요성은 커져 다른 나라들은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어요. 이런 상황을 예견했는지 중국의 지도자 덩샤오핑은 1992년 “중동에는 석유가 있지만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중국은 이런 점을 이용해 희토류를 국가 전략 무기로 사용합니다. 중국이 2010년 9월 희토류에 수출 관세 20%를 부과하고, 2015년까지 수출량을 줄이겠다고 발표하자, 전 세계가 크게 동요했어요. 미국과 EU는 세계무역기구(WTO)에 “중국이 불공정한 무역 행위를 한다”고 제소했지만, 중국은 꿈쩍도 하지 않았어요. 같은 해 중국은 일본과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이 일어났을 때도 ‘희토류 수출 중단’ 카드를 꺼내 들었어요. 당시 일본은 센카쿠 열도 주변 영해를 침범했다는 이유로 구속했던 중국 어선 선장을 재판에 넘기지 않고 풀어줬는데,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한 것이 결정적 이유였죠. 희토류 공급이 끊기면 전자 등 핵심 산업에 큰 문제가 생겨 백기를 든 거예요.

[석유파동으로 확대된 ‘서머타임’]

유럽 국가에서 여름철에 시계를 1시간 앞당기는 ‘서머타임’ 제도도 자원과 관련이 있어요. 1차 세계 대전 때인 1916년 독일은 석탄 사용량을 줄여서 전쟁 물자를 조금이라고 아껴보려고 서머타임을 처음 도입했어요. 시간을 앞당기면 그만큼 일을 일찍 시작하고 일찍 자기 때문에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죠. 이후 1973년 1차 석유 파동을 계기로 다른 국가들에도 퍼져나갔어요. 최근 수년간 서머타임이 인간의 생체 리듬을 깨뜨리고, 경제 효과도 별로 없다면서 반대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