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반덴버그 우주 기지에서 팰컨9 로켓으로 ‘다트(DART)’ 우주선을 발사했어요.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에 우주선을 충돌시켜 소행성 궤도를 바꿀 수 있는지 알아보려고 실험한 것이지요.
지구가 소행성과 충돌하면 인류를 비롯한 많은 생명체가 멸종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NASA의 다트 우주선이 미션에 성공하면 우리 지구에 큰 위협이 되는 소행성 충돌을 미리 막을 수 있는 희망이 생기는 것이지요. 소행성을 막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매일 지구와 충돌하는 소행성·혜성들
사실 소행성은 지금도 매일 지구로 떨어지고 있어요. NASA에 따르면, 약 500만개의 소행성과 혜성이 매일 지구와 충돌한대요. 하지만 그 크기가 작아서 지구 대기권에 부딪혀 대부분 타서 없어져 버리죠.
NASA는 지구에서 약 750만㎞ 이내에 있는 지름 150m 이상 소행성을 ‘잠재적 지구 위협 소행성’으로 분류해 감시해요. 지금까지 잠재적 지구 위협 소행성으로 분류된 건 약 2100개예요.
이 가운데 지름 300m 이상 소행성이 지구에 떨어지면 대륙 하나가 파괴될 수 있고, 1㎞의 소행성이 지구에 떨어지면 지구 전체 기후가 바뀔 수 있대요. 소행성이 지구에 떨어지면 엄청난 먼지가 발생하는데 이 먼지가 몇 년간 사라지지 않고 햇빛을 차단하면서 기후도 바뀌는 것이지요.
실제 6600만년 전 공룡이 멸종한 건 지름 10㎞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어요. 이렇게 큰 소행성은 1억년에 한 번꼴로 지구에 접근한다고 해요.
1908년엔 시베리아 툰구스카 지역에 지름 100m 넘는 소행성이 떨어져 2000㎢ 규모 숲이 파괴됐고, 2013년엔 지름 20m짜리 소행성이 러시아 첼랴빈스크에 떨어지다 공중에서 폭발했는데, 당시 폭발 위력이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30배나 됐대요. 이때 떨어진 운석으로 1000여 명이 다쳤고 건물 7000개가 파괴됐어요.
◇우주선 충돌시켜 소행성 궤도 바꿔요
이렇게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을 막아내려 과학자들은 여러 방법을 고안해 왔어요. 이번 ‘다트’ 실험도 그중 하나예요. 우주선을 소행성에 충돌시켜 인위적으로 소행성 궤도를 수정하는 방법이죠. 이번 실험이 성공하면 인류가 천체의 궤도를 최초로 바꾸는 거예요.
다트는 ‘쌍소행성 궤도 수정 시험(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의 약자예요. 다트는 내년 9월 말쯤 지구에서 약 1100만㎞ 떨어진 ‘디디모스’라는 지구 근접 소행성의 위성 ‘디모르포스’에 충돌하는 것이 목표예요. ‘디디모스’(지름 약 780m)는 그리스어로 ‘쌍둥이’란 뜻인데, 지름 163m인 위성 디모르포스를 거느리고 있어서 붙은 이름이죠.
다트는 소형차 크기로 작지만, 초속 6.6㎞로 빠르기 때문에 디모르포스에 충돌하면 공전 궤도가 지금보다 안쪽으로 이동하고 11시간 55분 주기이던 공전 시간이 몇 분 단축된다고 해요.
NASA가 수많은 소행성 중 ‘디모르포스’를 실험 대상으로 삼은 것은 크기가 작아서 궤도를 바꾸는 게 비교적 쉽고, 내년 10월 초쯤 태양을 공전하는 디디모스가 지구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을 지나기 때문에 지상 망원경으로 실험 결과를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다트와 디모르포스의 충돌 과정은 함께 발사된 이탈리아 우주국의 소형 위성 ‘리시아큐브’가 기록해서 지구로 전송할 예정이에요. 그러면 다트 연구진이 이 영상과 지상 망원경으로 관측한 데이터를 분석해 궤도가 얼마나 바뀌었는지 알아볼 예정이에요.
다트 실험이 성공하면 이 방법을 실제 지구에 위협이 되는 소행성에 적용할 계획이에요. 현재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가장 큰 소행성은 ‘베누’예요. 1999년에 발견한 지름 약 490m의 베누는 2182년 지구와 충돌할 확률이 2700분의 1이라고 해요. 이를 막고자 NASA는 우주선 ‘해머’를 베누와 충돌시켜 베누의 궤도를 바꿀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충돌이 임박하면?
‘베누’처럼 소행성의 궤도를 미리 알고 있다면 우주선을 발사해 궤도를 수정할 수 있겠지만, 소행성이 갑자기 나타나 충돌이 임박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NASA는 지구에 근접한 큰 소행성(1.6km 이상) 상당수는 위치를 파악하고 있지만, 작은 소행성(지름 10~140m)은 40% 정도만 파악하고 있다고 해요. 우리가 모르는 사이 작은 소행성들이 지구 가까이 다가올 수도 있는 것이죠. 이럴 경우 마지막 수단은 핵폭탄으로 소행성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해요.
1998년 개봉한 영화 ‘아마겟돈’에는 우주선이 지구로 돌진하는 소행성으로 날아가 핵폭탄을 설치하고 폭파해 지구를 구하는 내용이 나와요. 그런데 실제 현실에서도 이런 연구가 이뤄지고 있어요. 미국 존스홉킨스대 패트릭 킹 박사팀이 최근 수퍼컴퓨터로 지구에서 1메가톤급 핵폭탄을 발사해 지름 100m의 소행성에 터뜨리는 가상 실험을 했더니, 소행성이 산산조각 나면서 지구를 99.9% 비켜간다는 결과가 나온 거예요. 하지만 이렇게 핵무기를 터뜨려 소행성을 폭파하면 지구 대기권에 작은 방사성 파편들이 쏟아질 가능성도 있어서, 더 좋은 방법을 찾자는 의견도 있어요.
이 밖에도 과학자들은 여러 인공위성을 소행성 가까이 출동시켜 중력으로 소행성을 잡아당겨 궤도를 수정하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런 방법은 소행성 크기가 작을 때 사용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