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안병현
그래픽=안병현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크게 늘어나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코로나에 확진됐던 사람들은 지금도 다양한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는데, 그중 상당수가 후각과 미각 상실 증상이 있습니다. 맛을 느끼지 못해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있다고 해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건 인간이 누리는 커다란 즐거움 중 하나인데, 그걸 한순간에 잃어버렸으니 그럴 만도 하지요.

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이 ‘맛’에 대해 열광해요. TV에선 음식 프로그램이 넘치고, 전국 맛집을 찾아다니는 사람도 많지요. 우리는 어떻게 맛을 느끼는 걸까요? 왜 어떤 음식은 맛있고, 어떤 음식은 맛이 없게 느끼는 걸까요?

◇다섯 종류 기본 맛

세상에 음식은 다양하지만, 우리가 혀로 느낄 수 있는 맛의 종류는 다섯 가지예요. 바로 단맛과 신맛·짠맛·쓴맛·감칠맛이지요. 매운맛은 맛이 아니에요. 혀의 세포가 매운맛을 느끼는 게 아니라 온도에 반응해 통증을 감지하는 세포가 느끼는 감각이기 때문이죠. 예전엔 혀 부위에 따라 느낄 수 있는 맛이 다르다는 ‘혀의 맛 지도’가 널리 퍼졌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졌어요. 정도 차이는 있지만, 혀는 부위와 상관없이 모든 맛을 느낄 수 있답니다.

인간이 맛을 느끼는 것은 특정 물질을 찾거나 또는 피하기 위해서 진화한 결과라고 해요. 우리 몸은 활동할 때 단맛이 나는 포도당을 주 에너지원으로 써요. 그래서 포도당을 찾기 위해 단맛을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죠. 특히 포도당은 다른 영양소보다 훨씬 우리 몸에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단맛을 아주 좋아하게 된 거예요.

짠맛은 우리 몸에 필요한 미네랄인 나트륨을 섭취하기 위한 거예요. 소금을 쉽게 구하기 어려웠던 과거에는 나트륨을 충분하게 섭취하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여러 미네랄 중 나트륨을 잘 감지할 수 있도록 짠맛을 느끼게 진화했지요.

◇독 피하기 위해 느끼게 된 ‘쓴맛’

흔히 인공 조미료(MSG) 맛으로 알려진 감칠맛은 단백질을 이루는 아미노산에서 나는 거예요. 인간이 감칠맛을 느끼게 된 건 우리 몸을 이루는 재료인 단백질을 찾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해요.

반면 쓴맛은 피해야 할 대상을 찾기 위한 거예요. 쓴맛 나는 음식엔 독 등 해로운 물질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다만 인간은 경험과 학습을 통해 어떤 음식은 쓴맛이 나도 해롭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어른이 되면 커피나 차, 몇몇 나물처럼 쓴맛 나는 음식도 즐길 수 있게 되는 거예요.

신맛을 느끼는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어요. 음식물의 부패를 알아차리기 위해서란 주장도 있지만, 신맛은 사람마다 호불호가 많이 갈려서 정확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해요.

◇오이 싫어하는 이유는?

맛은 혀에 있는 미각 수용체가 인식해요. 예를 들어, 단맛을 감지하는 미각 수용체가 당 분자와 결합하면 뇌에 단맛이 난다는 신호를 전달하게 되죠.

그런데 맛 수용체는 혀뿐 아니라 우리 몸의 다른 기관에도 있어요. 예를 들어 소장에 있는 단백질에서 단맛을 느끼는 수용체가 발견되기도 했죠. 이 단백질은 포도당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데, 포도당의 단맛을 감지해야 영양소를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쓴맛을 느끼는 수용체는 다른 맛을 느끼는 미각 수용체에 비해 훨씬 많아요. 쓴맛을 느끼는 수용체는 수십 가지인데, 단맛과 감칠맛을 감지하는 미각 수용체는 한두 종류뿐이죠. 자연에 쓴맛을 내는 물질이 많아서 자연히 쓴맛 수용체 수도 많아진 거래요. 하지만 사람마다 쓴맛에 민감한 정도는 매우 달라요. 예를 들어, 유독 오이를 못 먹는 사람들이 있지요? 오이는 ‘쿠쿠르비타신’이라는 주성분 때문에 쓴맛이 나는데, 해충이나 초식동물로부터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서 쓴맛을 내는 거예요. 쓴맛에 민감한 특정 유전자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유독 오이의 쓴맛에 거부감이 크대요. 음식을 편식하는 게 아니라 과학적으로 못 먹는 이유가 있는 거지요.

◇후각·시각·식감·온도도 맛에 영향

맛을 ‘혀’로만 느낀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 뇌는 사실 다양한 감각기관이 주는 정보를 종합해서 맛을 느껴요.

코가 막혀 냄새를 맡지 못할 때 음식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을 보면 ‘후각’이 맛에 영향을 주는 걸 알 수 있어요. 냄새를 감지하는 후각 수용체는 약 400가지로 미각(약 20~30종류)보다 훨씬 더 많아요.

시각도 맛에 큰 영향을 줘요. 한 연구에서 와인 양조학과 학생들에게 화이트(white) 와인에 붉은 색소를 넣어 레드(red) 와인처럼 보이게 한 다음 줬더니 대다수가 레드와인 맛이 난다고 했대요. 후각보다 시각 정보가 맛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걸 보여주는 연구예요. 미국에선 그래서 애들이 안 먹는 음식이 있으면 “맥도널드 포장지에 담아 줘라” 하는 말도 있다네요. 그러고 보니 ‘보기 좋은 음식이 맛도 좋다’는 얘기도 과학적 사실이네요.

이 밖에 식감·온도도 맛에 영향을 끼쳐요. 같은 과자라 해도 바삭하면 눅눅한 과자보다 맛있게 느껴지고, 녹아서 물이 된 아이스크림은 원래 같은 맛이 안 나죠.

[제6의 맛은 기름 맛?]

과학자들은 5가지 맛 이외에 다른 맛을 찾는 연구를 하고 있어요. 기본 맛이 되려면 많은 사람이 공통으로 느껴야 하고 혀의 미각 수용체와 결합해 뇌에 신호가 전달돼야 하죠. 후보로 거론되는 건 ‘기름 맛’이에요. 기름진 음식을 먹었을 때의 느끼함이 ‘맛’이라는 거예요. 지금까진 이게 끈적끈적한 기름에서 느껴지는 촉감이라는 의견이 많았는데, 최근 지방을 감지하는 미각 수용체가 발견되면서 별도의 맛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요. 또 사골처럼 재료를 넣고 푹 끓였을 때 나는 특유의 맛, 밥이나 빵 같은 탄수화물을 먹을 때 느껴지는 녹말 맛, 씁쓸한 칼슘 맛을 기본적인 맛 종류로 꼽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