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국화는 가을에 꽃을 피우고 겨울이 되면 시드는 식물로 알려져 있는데요. 한겨울에도 소복이 꽃을 피우는 특별한 국화가 있어요. ‘갯국’입니다.

/식물도감

갯국은 노란색인 꽃 색깔을 따서 ‘황금국화’라고도 해요. 바다 근처에 살아서 ‘해변국화’로도 부르죠. 제주도와 남해 바닷가 인근의 마싹 마른 풀숲에 무리를 이뤄 자생하고 있습니다. 늦가을부터 겨우내 바닷가를 물들이다가 2월에 이르러 시들어요. 꽃은 누렇게 빛을 잃고 잎은 하얗게 말라버리죠.

갯국의 줄기는 어떻게 매서운 바닷가 바람을 이겨내고 땅 위에서 버틸 수 있을까요? 땅 속으로 길게 발달한 줄기 덕분입니다. 갯국은 추운 환경에서도 길게는 1m 남짓까지 땅속으로 줄기를 뻗고 있어요. 그리고 땅 위로 줄기를 여러 갈래 올려 새로운 싹을 만들어내죠. 한 줄기에서 땅 위로 뻗은 줄기들은 바람에 저항감을 줄이기 위해 비스듬히 누워서 옹기종기 모여 있어요.

따뜻한 ‘털옷’을 입고 있기도 해요. 갯국의 잎 뒷면은 가는 털로 뒤덮여 있어요. 그래서 회백색으로 보이기도 해요. 추위에 견디기 유리한 셈이죠.

국화로 부르는 식물들은 보통 늦은 가을 한 송이 꽃을 맺는다고 알려져 있어요. 하지만 이 꽃을 자세히 살펴보면, 꽃잎이 아예 없거나 꽃잎이 하나뿐인 작은 꽃들이 무수한 꽃 무리를 이뤄 한 꽃처럼 보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꽃 무리의 안쪽 부분은 꽃잎이 짧아 꽃이라기보다 암술이나 수술을 가진 짧은 관처럼 보이고요. 꽃 무리의 바깥쪽 부분은 꽃잎이 길게 늘어져 마치 혀를 내민 것처럼 보인답니다.

하지만 갯국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국화와 모습이 약간 달라요. 갯국은 바깥쪽 부분에 길게 늘어진 꽃잎이 4~5개 정도로 적어요. 금방 떨어지기도 하죠. 그래서 오히려 반짝이는 까끄라기가 있는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황금빛 솜뭉치처럼 보입니다.

갯국의 식물학적 분류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갯국은 1928년 일본에서 최초로 발견됐어요. 이후 국화 속(屬) 식물로 분류가 됐죠. 그런데 1955년 러시아 식물학자가 ‘아얀(Ayan)’이라는 시베리아 마을에서 갯국을 발견하면서 국화과 여러해살이 풀인 ‘솔인진’ 속이라는 이름을 또 붙였어요. 그래서 1990년대 초반까지는 솔인진 속으로 분류됐다가, 지금은 국화 속으로 분류되고 있답니다.

최새미·식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