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 지음 l 출판사 이후진프레스 l 가격 1만4000원

우리는 일상에서 경찰을 자주 마주칩니다. 동네마다 지구대 또는 파출소가 있어서 길에서 경찰관을 만나기도 하고 지나가는 순찰차를 보기도 하지요. 경찰관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 어떤 어려움을 가지고 있을지,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이 책을 쓴 원도 작가는 여자 경찰입니다. 경찰이 된 지 3년째 되던 해에 책을 썼다고 해요. 그는 경찰이 된 후 자전거를 타고 가던 어린이가 트럭에 치인 현장을 봤고, 아버지가 자녀를 창가에 매달아 놓은 현장을 봤어요. 고객이 택시비를 내지 않아 파출소 앞으로 택시를 몰고 온 택시 기사도 만났습니다. 이처럼 신고 전화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행복하지 않아 보였어요. 그들이 처한 상황 또한 기뻐 보이지 않았습니다. 작가가 만나 온 이들은 위험한 상황에 놓였거나, 문제 상황에 봉착한 이들이었지요.

파출소에 근무하는 경찰관 중에 불면증을 겪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야간 근무가 몸의 리듬을 깨뜨리기 때문이에요. 폭력 사건 현장에 출동했다가 경찰이 도리어 폭력을 당하는 일도 발생한다고 해요. 민원인의 거친 욕설에 노출되는 일도 잦습니다. 또 경찰관이 적극적인 대응을 하다가 피해를 당해도 공무수행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책 표지를 펼치면 속표지에 ‘경찰, 관 속으로’라고 적혀 있는데요. 이렇게 적혀 있는 이유를 짐작하겠지요? ‘관 속으로’ 출근하기라도 하듯 답답하고 무기력한 심정을 표현한 것입니다.

작가는 잠 못 드는 밤이 많았다고 해요. 고층 건물에서 떨어져 숨진 사람의 시신을 수습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그 지역을 순찰해야 했을 때에는 “사포로 박박 문지르는 것처럼 마음이 쓰라렸다”고 해요. 가해자 때문에 삶이 망가진 이를 도와주고 싶었지만 파출소 업무인 사건 접수만 처리해야 했을 때, 자신이 냉소적인 사람이 되어가는 듯했다고 하죠.

이 책에는 작가가 3년간 파출소에서 만난 사람의 이야기, 그리고 작가 자신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책의 내용은 밝거나 가볍지 않아요. 오히려 묵직하고 어둡습니다. 하지만 사고를 당해 파출소에 찾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려는 사람이 바로 경찰이라는 사실 또한 일깨워 주지요. 책을 읽다 보면, 경찰도 현실을 잘 이겨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하는 직업인이라는 점을 알 수 있게 됩니다.

작가는 책을 쓰면서 과거의 마음을 내려놓고 앞으로의 발걸음을 힘차게 내딛고 싶었다고 합니다. 동네를 지나가는 순찰차를 보거나 길에서 경찰과 마주치면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몰라요. ‘저 경찰이 혹시 원도 작가 아닐까?’

서현숙·'소년을 읽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