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를 걷다 무릎 정도 높이로 빽빽하게 자라난 짙은 녹색 식물을 본 적이 있나요? 바로 ‘속새’인데요. 높이 30~60㎝ 정도로, 줄기에 여러 개의 마디가 나 있어 작은 대나무로도 착각하기 쉽답니다.

/위키피디아

속새의 줄기에는 여러 개의 조밀한 골이 파여 있어요. 움푹 들어간 골과 골 사이로 볼록 튀어나온 부분은 아주 단단하지요. 속새 줄기 표면을 만져보면 거친 느낌이 드는데요. 줄기 바깥에 광물의 일종인 규산염이 축적되기 때문이에요. 곤충 등이 줄기를 파먹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해요. 이런 특징 때문에 예전에는 속새 줄기를 이용해 나무나 동물의 뿔, 부드러운 금속 등을 갈거나 다듬었답니다.

속새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고사리처럼 포자(홀씨)를 통해 번식하는 ‘양치식물’이라는 점이에요. 이런 식물들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번식하지 않고, 혼자서 발아할 수 있는 일종의 생식 세포인 포자를 만들어 퍼뜨려요. 이 포자들이 새로운 개체로 자라나는 거죠.

잎 뒷면에 포자를 만드는 고사리와 달리, 속새는 줄기 끝에 달린 작은 옥수수 모양의 기관에서 홀씨를 만들어요. 이를 ‘포자낭(홀씨주머니) 이삭’이라고 부르는데요. 포자가 충분히 성숙하면 바람에 흔들리며 공중으로 흩뿌려지고, 습한 지역에 떨어져 작은 이끼 모양으로 자라나죠.

이 안에서 생식 세포인 정자와 난자가 만들어져요. 정자가 물을 타고 헤엄쳐 난자에 도달하면 새로운 속새로 싹을 틔우는 거죠. 이렇게 양치식물들은 정자가 난자에 도달해야 번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습하고 물기가 많은 환경이 필요하답니다.

속새는 한때 ‘잘나가던’ 식물이었어요. 속새의 조상은 약 3억6000만년 전인 고생대 데본기에 출현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과거에는 굉장히 다양한 속새류 식물이 있었다고 해요. 이후 석탄기(약 3억~3억5000만년 전)에는 지구상에서 다른 양치식물과 함께 가장 흔한 식물 중 하나로 번성했는데, 석탄기 이후 고생대 마지막 시기인 페름기에 대부분 멸종했답니다. 화석을 살펴보면 과거와 현재의 속새 모습이 거의 같아서 ‘살아있는 화석’으로도 불려요.

김한규·위스콘신대 박사후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