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에요.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뜻에서 21일로 정해졌다고 하는데요. 예술가 중에서도 남편과 아내가 한마음으로 지혜와 손을 모아 창작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렇다면 개인의 이름보다 부부 공동의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대표적인 예술가들을 찾아보도록 할까요?
◇무엇이든 미술 작품으로 바꿔낸 부부
첫째로 알아볼 부부는 클래스 올덴버그(1928~)와 코셰 판 브뤼헌(1942~2009)입니다. 조각가 올덴버그는 미술평론가로 활동하던 판 브뤼헌을 만나 1976년부터 협업을 시작했어요. 그런 가운데 사랑이 싹터 이듬해 결혼식을 올렸죠. 올덴버그는 주변의 물건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을 구상했고, 판 브뤼헌은 그 작품을 어떤 장소에 놓고 어떤 이미지와 색상으로 만들지 구체적인 계획을 짜곤 했어요.
<작품 1>은 종이 성냥을 확대해서 조각 작품으로 만든 것이에요. 주머니에 들어갈 만한 작고 볼품없는 성냥을 마치 대단한 듯 거대한 규모로 만들어서, 거인 나라의 성냥을 보는 듯 재치 넘치는 작품이 탄생했죠.
이처럼 올덴버그와 판 브뤼헌은 주변에 있는 무엇이든 미술 작품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들은 일상용품을 작품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본래 사물의 크기는 물론이고 특성까지 다르게 변화시켰는데요. 비닐로 만든 샌드위치나 물컹한 변기, 전부 베어 먹은 사과, 꼿꼿하게 세워진 넥타이 등 딱딱한 것은 물렁물렁하게 만들고 흐느적거리는 것은 단단하게 만들었어요. 거칠고 차가운 것을 부드럽고 따스하게 만들기도 했죠.
두 사람이 우리나라에 세운 작품도 있어요. <작품 2>는 2006년 청계천 진입로에 설치된 커다란 다슬기인데요. 청계천에 사는 다슬기가 떠오르기도 하고, 파랑과 진분홍 줄무늬를 가진 사탕이 떠오르기도 하는 작품이랍니다.
◇뉴욕 센트럴파크에 7503개 문 설치해
둘째로 알아볼 부부는 크리스토(1935~2020)와 잔 클로드(1935~2009)입니다. 두 사람은 신기하게도 같은 해, 같은 날짜에 태어났어요. 불가리아에서 태어난 크리스토는 이 나라, 저 나라를 옮겨 다니며 떠돌이 생활을 했는데요. 그러다 프랑스 파리에서 모로코 출신의 잔 클로드를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크리스토 혼자서 작업을 했다고 해요. 그러다 잔 클로드가 크리스토를 돕기 시작했죠. 그녀는 크리스토를 알게 된 이후 예술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합니다. 처음엔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돕기 시작했지만, 점점 예술 창작의 매력에 빠져들었다고 해요.
<작품 3>은 2005년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에 설치됐던 ‘입구’인데요. 진노랑의 나일론 천이 드리워진 문들이 공원의 보행로를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세워져 자그마치 37km나 이어져 있습니다. 문의 개수는 7503개나 되지요. 두 사람이 이 작품을 기획한 것은 1979년이었어요. 하지만 공공장소에 작품을 설치하기 위해 시민의 동의가 필요했고, 부부는 공청회까지 열었어요. 그렇게 2003년에는 마침내 뉴욕시의 허가까지 얻어냈습니다.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지요. 하지만 전시는 2005년 2월 12일부터 27일까지 불과 16일간만 지속됐어요. 철거된 재료는 재활용하기로 했죠. 작품은 사라졌어도 예술적 파장은 대단했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약 400만명이 이곳에 다녀갔고, 먼 곳에서 일부러 구경 오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했어요. 관광객도 늘었고, 작품 설치를 하며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에게 일할 기회를 주기도 했거든요.
◇서로 다른 작품 세계 어우러져
셋째 부부는 스위스 출신의 조각가 장 팅겔리(1925~1991)와 프랑스 출신의 조각가 니키 드 생팔(1930~2002)이에요. 팅겔리는 ‘키네틱(작품이 움직이거나 움직이는 요소를 넣은 작품) 조각’으로 유명했는데요. 니키 드 생팔은 팅겔리와 결혼한 후 그에게서 조언을 얻기도 하고 함께 작업도 하면서 더욱 활발한 활동을 했습니다.
두 사람은 각자 다른 작품 세계를 가지고 있었는데요. 제작하는 작품의 스타일도 완전히 대조적이었어요. 팅겔리는 산업사회에서 쓸모없어져 버려진 기계들에 관심을 가졌어요. 그는 고장 난 기계들을 주워 모아 부품을 뜯고 새로 붙여 별다른 용도도 없이 그냥 작동하기만 하는 기계를 선보였어요. 영혼 없는 기계에 의존하여 돌아가는 현대사회를 조롱하는 의미가 담겨 있었지요. 팅겔리의 작품은 대부분 검은색이었어요. 이와 달리 니키 드 생팔의 작품은 색색으로 이어 만든 ‘색동’입니다. 그녀는 판화부터 조각상에 이르기까지 모든 작품을 울렁거리는 곡선으로만 만들었어요. 뾰족하고 날카롭고 부러질 것 같은 직선은 그녀의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죠. 니키 드 생팔은 통통하고 둥글둥글한 모습으로 춤추는 동작을 선보이는 인물을 주로 만들었어요. 팅겔리의 주제가 ‘쓸모없는 기계’였다면, 니키 드 생팔의 주제는 ‘생기 넘치는 인간’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렇듯 작품의 생김과 의미가 대조적인 두 사람이 협업을 통해 어우러진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요. 대표적인 예가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앞에 설치된 분수 조각이랍니다. <작품 4>는 1983년 이 분수 조각을 처음으로 공개했던 전시회의 포스터인데요. 부부가 한자리에서 머리를 맞대고 자기 작품을 그림으로 그려 만들었다고 해요. 검은색의 기계들과 형형색색의 동물 형상들이 서로 다르면서도 조화롭게 그려져 있습니다. 마치 남편과 아내가 그렇듯 잘 어울리지요?
이주은·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