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문 해수욕장에는 이안류 발생 가능성이 있어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합니다.”

지난 9일 제주기상청의 날씨 예보입니다. ‘이안류(離岸流)’는 해안으로 밀려오다가 먼바다 쪽으로 빠르게 되돌아가는 해류를 의미해요. 폭이 좁고 유속이 빠르기 때문에 이 해류에 휩쓸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할 때 주의하라는 건데요. 이안류는 파도와 지형 등이 만나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이안류는 무엇이고 이안류를 만드는 파도는 왜 생기는지, 파도의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볼까요?

◇골짜기·암초 등 지형에 영향 받아

이안류는 해수면 아래로 이동하기 때문에 수면 위에서 알아채기 어려워요. 그래서 더욱 위험하지요. 초속 2~3m 이상의 빠른 속도로 흐르는 이안류는 폭 10~30m 정도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일단 휩쓸리면 수영에 능숙한 사람도 혼자 힘으로 빠져나오기 힘들다고 합니다.

/그래픽=유재일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요? 이안류는 기상이나 지형 등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발생합니다. 주로 해변으로 몰린 바닷물이 고르게 바다 쪽으로 흘러나가지 않고 어느 한 곳으로 집중돼 빠져나갈 때 나타나는데요. 먼 바다에서부터 밀려온 파도는 육지와 부딪힙니다. 육지에 막혀 더 이상 갈 곳이 없는데도 끊임없이 파도는 밀려오지요. 만약 육지가 평탄한 지형이라면 밀려온 바닷물은 이리저리 뒤섞이며 조금씩 다시 먼 바다로 돌아가게 되겠지요.

문제는 해저에 골짜기 같은 좁은 지형이 있는 경우예요. 그러면 해안으로 밀려온 바닷물이 먼 바다 쪽으로 되돌아갈 때 물길이 몰리며 이곳을 따라 빠르게 이동합니다. 땅에 도랑을 파고 물길을 만들면 물이 넓은 평지에서 흐를 때보다 빠르게 흐르는 것을 떠올리면 돼요.

커다란 암초가 있어도 이안류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파도가 바위 앞에 부딪히면서 바닷물이 암초 양옆으로 흘러가면 해안 쪽을 바라보고 있는 바위 뒤쪽 바다는 상대적으로 잔잔하겠지요. 암초 옆으로 흘러간 바닷물은 해안에 부딪힌 뒤 해류가 없는 잔잔한 바다로 모입니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다시 암초 양옆을 가르고 먼 바다로 이동하지요.

◇파도의 70%는 바람이 만들어

이안류를 막을 방법은 없어요. 파도를 멈출 수는 없으니까요. 그릇에 물을 받은 뒤 잔잔한 표면에 바람을 일으키면 표면이 출렁이면서 파동이 만들어지죠. 이 파동이 바로 파도입니다. 파도는 바람·중력·지진 등 어디선가 발생한 에너지가 바닷물을 통해 전달될 때 발생합니다. 이 에너지원이 무엇이냐에 따라 파도의 종류를 구분할 수 있지요.

가장 잘 알려진 파도는 바람이 만드는 풍파입니다. 전체 파도의 비율 중 약 70%를 차지하지요. 바람이 오랫동안 강하게 불수록 큰 파도가 만들어지는데요. 남극은 위치와 지형의 특성상 사시사철 강한 바람이 불어요. 이 바람 덕분에 남극해에는 6m가 넘는 큰 파도가 항상 만들어지지요.

해저면에서 발생하는 지진도 파도를 만드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큰 지진이 발생하면 해안가는 ‘쓰나미 경보’를 발령하는데요. 이 쓰나미가 바로 지진으로 인해 만들어진 거대한 파도입니다. ‘지진해일’로 잘 알려져있지요. 사람에게 위협을 주는 쓰나미 말고도 해저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지진도 파도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체 파도 중 지진 파도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10%나 돼요.

나머지 20%는 어떤 파도일까요? 바로 달과 태양이 만드는 파도인 ‘조석파(朝夕波)’입니다. 달과 태양의 중력이 지구 바닷물을 끌어당기는 힘(기조력)으로 만들어지는데요. 액체인 바닷물은 지구 근처에 있는 달과 태양의 중력에 의해 끌어당겨집니다. 지구에서 보면 마치 달이 있는 허공을 향해 바닷물이 끌려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는 거지요. 달이 공전하며 바닷물이 끌려가는 방향이 달라져 파도가 생기는 거예요.

파도는 다른 파도와 만나 더 높은 파도를 만들기도 하고, 상쇄돼 사라지기도 합니다. 즉, 바다에서는 지금도 조석파가 만들어지고 있고, 그 상황에서 풍파나 지진 파도 등의 다른 파도들이 생겨났다 사라지는 것이랍니다.

◇파도로 만드는 에너지

이론적으로 높이가 2m인 파도 하나는 가정에서 쓰는 10W(와트)짜리 LED 전구 2500개를 켤 수 있는 에너지를 갖습니다. 바다에서 언제나 파도가 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저장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파도를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데요.

파력 발전은 상하좌우는 물론 먼곳에서 가까운 곳으로 이동하는 파도의 특징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입니다. 전기를 만들려면 거대한 터빈을 돌려야 하는데, 물로 물레방아를 돌리듯 파도가 움직이는 힘으로 터빈을 돌리는 거예요. 파도가 상하로 움직이는 점을 이용한 방식(진동수주형)이나 파도가 육지를 향해 들이치는 힘을 이용하는 방식(월파 방식)이 대표적이랍니다. 다만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실생활에 적용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화력·원자력 발전을 대신하거나 보조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전기를 만들지 못하고 있거든요.

바다의 밀물과 썰물을 이용해 발전을 하는 조력발전도 있는데요. 밀물일 때 해수면이 높아지고, 썰물일 때 낮아지는 현상을 이용합니다. 우리나라 경기도 안산의 시화호에는 ‘시화호 조력발전소’가 있는데요. 밀물일 때 바다에서 호수 쪽으로 물이 밀려드는 힘을 이용해서 전기를 만듭니다. 썰물일 때는 호수로 채웠던 바닷물을 내보내, 다음번 밀물을 준비하지요.

조력발전은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큰 곳일수록 효율이 좋습니다. 우리나라 서해가 바로 조력발전에 적합한 이유입니다. 실제로 전기를 생산해 가정과 산업체에 공급하고 있는 시화호 조력발전소 외에도 서해의 여러 지역에서 조력발전을 시험 가동하고 있답니다.

[이안류 휩쓸리면 대각선으로]

만약 이안류에 휩쓸린다면 해안가 쪽인 해류 역방향이 아니라 해류의 대각선 방향으로 헤엄쳐 나와야 합니다. 물살이 세기 때문에 해안가 쪽으로 헤엄치면 체력만 소모될 수 있어요. 이안류의 방향으로 나란히 헤엄쳐서 가장자리에 도달한 뒤 빠져나오는 것도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