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빌드업

최민경 지음 l 출판사 책담 l 가격 1만2000원

2022 카타르 월드컵은 아르헨티나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어요. 이번 월드컵을 통해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교훈을 배울 수 있었어요. 이 책 속 문장을 빌리자면 “끝날 때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기회는 온다는 것. 경기장에서는 영원한 강한 팀도 약한 팀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카타르 월드컵은 끝났지만 축구에 대한 우리 마음속 열기는 계속 이어지겠지요.

이 책은 축구밖에 모르는 축구 유망주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에요. 제목의 ‘빌드업(Build-up)’은 축구에서 주로 쓰는 전술 가운데 하나이지요. 수비 지역에서 정교한 패스를 통해 공격 진영을 유지해 골문까지 이르는 전술이에요. 빌드업을 할 때에는 공의 주도권을 쥐고 상대팀 진영까지 한 단계 한 단계, 정교하고 정확한 패스를 이용해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해요.

만약 상대팀 진영까지 도달하기도 전에 공을 빼앗긴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은 하나지요. 공을 되찾아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해요. 빌드업을 할 때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어요. 혼자가 아닌 ‘팀’으로 작전을 펼쳐 나가야 한다는 사실이에요. 이 책의 주인공 천강호의 삶도 그렇게 빌드업돼요. 공을 빼앗기면 바로 되찾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보고, 다른 팀원들과 연대해 전략적으로 목표를 향해 나아갑니다.

어느 날, 강호는 학교 연습 경기에서 친구 태수에게 태클을 걸었다가 태수를 다치게 해요. 강호의 태클로 꿈을 잃게 된 태수는 강호를 원망하고, 주위 사람들도 강호를 비난해요. 급기야 강호 역시 그토록 바라던 축구 선수의 꿈을 포기하기에 이르지요. 저자는 이 이야기를 통해 만약 강호에게 다시 공을 잡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 보라며 등을 두드려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강호의 방황이 조금은 짧아지지 않았겠느냐고 질문을 던져요.

하지만 생각을 조금만 달리해보면 강호의 시간은 불행하게만 흐르지는 않았어요. 나비가 고치를 찢고 나와야 푸른 창공을 날 수 있듯, 날개의 힘을 기르는 시간이었으니까요. 결국 강호는 좋은 선생님과 좋은 친구를 만나 오랜 방황의 터널을 걸어 나올 수 있게 돼요. 그 터널의 끝엔 꿈에 그리던 그라운드가 있었지요. 강호는 다시 축구 경기장으로 힘차게 달려가요.

빌드업 전 강호는 팀원들을 믿기보다 혼자 힘으로 승부를 보려는 마음이 강했어요. 혼자서 수비수들 사이를 헤치고 슛까지 날리려 했지요. 하지만 강호는 달라졌어요. 축구부 팀원들 한 명 한 명이 흘리는 땀방울을 보고 그들의 간절함을 느끼며 함께 골대로 나아갑니다.

꿈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 또는 꿈을 잃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어질 때 이 책 속 강호가 뛰는 모습을 떠올려보세요. 다시 뛰는 강호의 이야기는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고, 앞으로 더욱 강해질 테니까요. 더 많이 실수하고 더 많이 실패해도 괜찮아요. 다만 여러분 안의 강호를 믿는 것에서부터 빌드업은 시작돼요.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