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디 미카코 지음 l 김영현 옮김 l 출판사 다다서재 l 가격 1만4000원

계층 격차와 다문화 문제로 신음하는 영국 사회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자라고 있을까요? 일본에서 태어나 1996년부터 영국에 살고 있는 저자에겐 중학생 아들이 하나 있어요. 저자는 아들이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친구들과 겪는 실제 사건들을 관찰해 들려줍니다.

명문 가톨릭 초등학교에 다녔던 저자의 아들은 ‘공립학교 랭킹 최하위, 밑바닥 동네의 밑바닥 중학교’라 불리던 학교에 입학하게 됩니다. 그 학교는 영국의 지방 도시이자 공영주택지가 모여 있는 곳에 있어요. 겉보기엔 그냥 ‘가난한 동네’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죠. 공영주택에 세 들어 사는 사람과 공영주택을 사들인 사람, 사들인 공영주택을 최신 유행에 맞게 리모델링한 사람들이 섞여 살고 있는 곳이에요. 자연히 그 동네 아이들이 다니는 중학교에도 중산층과 극빈층, 원주민과 이민자, 백인과 유색인종이 섞여 있지요.

이런 학교에서 몸집이 작을 뿐만 아니라 ‘옐로에 화이트’(백인 노동계급 아빠와 일본계 엄마를 둔 영국인)인 저자의 아이는 인종차별과 빈부 격차, 폭력을 맞닥뜨리게 돼요. 그런데 놀랍게도 이민자와 유색인종을 배척하는 건 백인뿐만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또 다른 이민자들이 주축을 이루었지요.

이 학교 아이들이 경험하는 차별과 폭력은 다양했어요. 식당에서 음식을 훔쳐 먹은 친구를 향해 무자비한 폭력을 가하는 아이도 있었어요. 혐오 발언을 일삼던 한 아이는 ‘쿨하지 않다’는 이유로 집단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고요. 피해자는 언제까지나 피해자가 아니었고 가해자 역시 무조건 가해자가 아니었던 거지요.

여전히 인종차별은 존재하고, 집단 따돌림은 계속되고, 해진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야 하는 현실은 변함이 없어요. 그럼에도 희망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에요. 책 속 아이들은 ‘나와 다른 사람도 있다’는 현실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며 살아가거든요. 책 도입부에서 자신이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라며 우울해하던 저자의 아들은 책 후반부에 이르러 자신을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그린”이라고 말해요. 전에는 새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을까 불안했고, 인종차별 같은 일을 겪어서 우울하고 어두운 ‘블루’ 같았다면, 이제는 미숙이나 경험 부족의 상태인 10대의 색 ‘그린’이라는 거지요.

10대의 색은 고정돼 있지 않아요. 계속해서 변할 거예요. 불안하고 대립하는 힘든 현실 속에서도 여러분의 색을 희망으로 물들이는 건 무엇일까요? 저자의 아들은 ‘스스로 남의 신발을 신어보는 자세’ ‘공감(empathy)’이라고 말해요. 이제는 학업 능력만큼이나 중요해진 공감 능력, 이 책을 통해 키울 수 있을 거예요.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