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 몽고메리 지음 l 승영조 옮김 l 출판사 돌고래 l 가격 2만 원

‘돌고래’ 하면 어떤 색이 떠오르세요? 아마 바다에 사는 회색 돌고래가 생각났을 거예요. 하지만 이 세상에는 바다가 아닌 민물에, 회색이 아닌 분홍빛 몸으로 살아가는 돌고래도 있어요.

이 책에는 아마존에 사는 분홍돌고래인 보투(boto)를 만나는 과정이 상세히 담겨 있어요. 어릴 때부터 아마존의 신비로운 생태계에 매료된 저자 사이 몽고메리는 어른이 되고 나서 방글라데시 순다르반을 탐사하다가 처음 민물 돌고래를 목격했어요. 이 일을 계기로 분홍돌고래에게 매료됐지요.

강에 사는 분홍돌고래는 생김새부터 독특해요. 이마는 멜론 같고 주둥이는 길쭉하지요. 저자에 따르면 아직 분홍돌고래에 관한 과학적 사실은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아요. 그래서 그러는지 분홍돌고래가 사람들의 영혼을 빼앗아 간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떠돌고 있지요.

그런데 어쩌면 분홍돌고래의 전설은 반쯤은 맞는 말일 수도 있겠어요. 저자 역시 그 말대로 영혼을 사로잡혀 분홍돌고래를 향한 호기심과 열망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고 하니까요.

이 책이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저자가 돌고래 관찰기 외에도 환경 문제에 관한 생각거리를 제공해 준다는 거예요. 저자가 분홍돌고래 보투를 찾는 과정에서 보투보다 먼저 발견한 건 열대우림의 환경 파괴, 자원 유출, 원주민 학살, 전염병 유입의 흔적이었어요. 결국 저자는 자기와 같은 순진무구한 외지인들이 지역 공동체와 자연 생태계에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돼요. 이 책을 읽으면서 동물과 소통하고자 하는 순수한 갈망이 무지하고 오만한 폭력으로 변모하는 지점은 어디인지, 야생동물 개체를 구하기 위해 야생동물 거래를 하는 것은 온당한지 토론해 보아도 좋겠어요.

한편 아마존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동식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워요.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거대한 고양잇과 맹수인 재규어는 하늘과 땅의 중재자, 삶과 죽음의 중재자로 숭상(崇尙)받지요. ‘영혼의 덩굴’을 뜻하는 아야후아스카는 아마존의 비밀 의식 때 강력한 환각제의 재료로 쓰여요. 이 외에도 벌처럼 사람을 쏘는 나무도 있지요. 이처럼 분홍돌고래만큼이나 환상적인 동식물 이야기는 우리가 지금까지 잘 몰랐던 아마존의 환경을 더 자세히 알고 싶게 만들어요.

각 부에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들을 목록으로 정리해 이해하기 어렵지 않아요. 표지와 본문의 그림, 컬러 사진들에 공을 들여 보는 사람 눈이 즐겁지요. 무엇보다 아름다운 문장이 압권이에요.

김미향 출판 평론가·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