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주 지음 l 출판사 RHK l 가격 1만6000원

어느덧 2월의 마지막 주입니다. 곧 꽃피는 3월이 올 텐데요. 겨울과 봄 사이, 딱 이맘때 읽기 좋은 에세이입니다.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하는 마음’ 같은 책이랄까요.

작년 연말에 출간된 이 책은 저자의 인생 경험과 생각, 그리고 저자와 맞닿아 있는 여러 인물의 경험을 통해 조금 헤매더라도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방법에 대해 조근조근 들려줘요. 자신을 찾아가는 길에서 갈등과 불안을 마주칠 수도 있는데요. 그러한 갈등과 불안을 먼저 겪은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앞으로 어떤 마음으로 자신만의 길을 걸어갈지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거예요.

저자는 말해요. “때로 ‘믿음’이란 말은 ‘기대’와 비슷한 용도로 쓰이기도 하는데, 둘은 분명히 다르다. 기대는 기대 이상의 것을 바랄 때 쓰이고, 믿음은 있는 그대로의 것을 믿을 때 쓰인다. 부모가 시험을 앞둔 아이에게 ‘기대할게’라고 말하는 것과 ‘널 믿어’라고 말하는 것이 천지 차이인 것처럼. 또한 기대는 주로 상대를 향하고, 믿음은 내 안으로 파고드는 종류일 때가 많다. 네 안에 있는 기대감은 내가 어쩔 수 없지만, 내 안에 있는 믿음은 내가 키워나갈 수 있다”고요.

사람들은 안정된 삶, 확신이 있는 삶을 원해요. 그런데 그런 삶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삶도 세상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살다 보면 길을 잃게 되는 순간들이 꼭 있거든요. 이때 중요한 것은 나를 믿고 툭툭 털고 일어나서 이런 게 삶이란 걸 이해하고 받아들인 뒤에 다시 나아가는 거예요. 이 책의 제목처럼, ‘기꺼이 헤매는 마음’을 지닌 채 말이지요.

저자는 20대 때 암에 걸려 힘들었던 일, 자라면서 느낀 슬픔과 어려움, 불안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런 저자의 이야기는 마치 우리, 또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비슷해서 공감을 자아내지요.

저자는 올해로 16년째 다큐멘터리 방송 작가로 일하고 있어요. 다큐멘터리 작가답게 삶의 순간순간을 놓치지 않고 들여다보며 기록했지요.

더불어 이 책에선 저자의 일상에서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 삶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고민도 엿볼 수 있어요. 일상에서 마주하는 인간관계, 가족, 친구, 그리고 사랑에 관한 이야기까지도요.

좋은 에세이를 읽다 보면 자연스레 글쓴이의 삶에 읽는 이의 생(生)이 포개어지는데요. 겹쳐진 ‘나’와 ‘당신’이라는 화두(話頭)가 고요하고 깊어요. 갈피마다 묻어 있는 삶의 순간순간이 생생히 빛나고요.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기꺼이 헤매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존재와, 그들이 만든 인생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어요.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