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최후의 미(未)개척지.’
1966년 처음 전파를 탔던 SF 시리즈 ‘스타트렉’은 우주를 향한 인류의 끝없는 도전을 단 한 문구로 표현합니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 이 문구는 여전히 지구 밖을 향하는 인간의 도전을 상징합니다. 인류는 제2의 지구가 될지도 모르는 화성으로 시선을 보내는 중입니다. 그 선두에는 2년 전 착륙에 성공한 뒤 활발하게 활동 중인 화성 탐사 로버(차량)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가 있습니다.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2020년 7월 30일(미국 동부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기지에서 아틀라스 V 로켓에 실려 지구를 떠난 퍼서비어런스는 6개월이 넘는 여정 끝에 이듬해 2월 18일 화성에 착륙합니다. 스피릿과 오퍼튜니티, 큐리오시티의 뒤를 잇는 네 번째 이동형 화성 탐사 로버입니다. 큐리오시티 이후 발전한 최첨단 지구의 기술을 싣고 화성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18일(현지 시각) 미 항공우주국(NASA)은 퍼서비어런스 착륙 2주년을 기념하며 그동안 이뤄낸 업적을 정리했답니다.
퍼서비어런스는 2021년 착륙한 이후 2년 동안 약 15㎞를 이동했습니다. 바퀴 여섯 개를 이용해 최대 시속 25㎞까지 낼 수 있는데,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주변 환경을 꼼꼼히 탐색해 정보를 모으며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무게가 1t이나 되는 데다, 바퀴로 움직이기 때문에 원하는 곳을 모두 갈 수 없습니다.
그 단점은 소형 드론 기술을 이용해 극복했습니다. 자체 동력으로 움직이는 드론 ‘인저뉴이티(Ingenuity)’는 1.8㎏에 높이가 49㎝인 초소형 무인 헬리콥터입니다. 지구보다 희박한 화성 대기에서도 날 수 있도록 회전날개는 1분에 2500번 돌도록 설계했습니다. 일반 헬리콥터의 회전날개가 분당 250~600회 회전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하게 빠른 겁니다.
지금까지 화성 탐사는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퍼서비어런스는 화성에서 앞으로 진행할 탐사 계획을 돕습니다. 퍼서비어런스에는 화성의 흙이나 자갈, 대기 중 먼지 같은 것을 담을 수 있는 시료 용기 38개가 있습니다. 이 중 절반쯤 되는 18개는 지표에 있는 먼지나 자갈·암석을 담았습니다. 나머지는 화성 대기를 채집하고 있는데요. NASA는 퍼서비어런스를 계획하면서 이 시료 용기를 지구로 갖고 돌아오기 위해 2027년, 2028년 두 차례의 탐사선 발사 계획을 함께 세웠습니다. 2033년 시료는 지구에 도착합니다.
◇지난 2년의 업적
퍼서비어런스는 2년 동안 그동안 알지 못했던 화성의 모습을 지구로 전달해왔습니다.
(1)2021년 9월 암석을 뚫고 시료 채취에 성공
퍼서비어런스가 착륙한 화성의 예제로 크레이터(Jezero crater)는 과학자들이 고심 끝에 선정한 착륙 위치입니다. 화성 탐사의 중요한 목적은 과거 화성에서 살았던 생명체가 있는지, 어떤 생명체가 살았는지 찾아내는 일이거든요. 이곳에는 30억~40억년 전에 강물이 흘렀을 것으로 보이는 네레트바강 삼각주 지대가 있지요. 퍼서비어런스는 이 삼각주 하부 지역에 무사히 착륙했고, 2021년 9월 처음으로 암석을 뚫고 시료를 채취하는 데 성공합니다.
(2)2022년 4월 화성의 소리 공개
그동안 화성 탐사는 무성 영화를 연상케 할 만큼 눈에 보이는 탐사 위주로 공개됐습니다. 소리를 녹음하려 시도했지만 계속 실패했습니다. 그러다 퍼서비어런스에 와서야 성공합니다.
화성에서 전달되는 소리의 특성은 퍼서비어런스가 암석을 분석하고 채집하는 과정에서 밝혀졌습니다. 로봇팔에 있는 ‘셜록’이 레이저로 바위를 쏠 때 나는 소리나 인저뉴이티가 날아가는 소리 등이 녹음됐지요. 화성의 음속은 초속 240m로 지구의 3분의 2 수준이며, 고음은 저음보다 음속이 빠르지만 멀리 퍼지지는 못합니다.
(3)2022년 9월 유기물 대규모로 발견 발표
화성에서 대규모 유기물을 발견하게 된 것은 어찌 보면 예상된 일이었습니다. 애초에 가능성이 없다면 NASA에서 25억달러나 투자할 리가 없겠지요?
강 하구에 퇴적물이 쌓이는 삼각주는 지구에서도 다양한 생명체가 살아가는 공간입니다. 상류에서부터 비옥한 토지 덕에 식물이 잘 자라고, 더불어 동물도 모여듭니다. 미생물 활동이 활발한 것은 말할 것도 없지요.
지난해 퍼서비어런스가 발견한 삼각주 퇴적암 지역에서 발견된 대규모 유기물은 과거 화성에 생명체가 있었을 것이라는 가설을 강력하게 뒷받침합니다. 생명 활동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지역에서 실제 단서를 찾은 것이기 때문이죠.
(4)2022년 12월 화성의 회오리바람 소리 공개
화성은 사막 행성입니다. 물이 없고 마른 땅에 모래와 암석이 바람에 날립니다. 먼지가 많아 바람이 불 때면 바람을 따라 먼지 회오리가 만들어지기도 하는데요. 퍼서비어런스가 회오리바람 소리를 녹음하는 데 성공한 겁니다.
녹음된 소리는 폭은 25m, 높이는 118m짜리 회오리의 소리로 추정됩니다. 육안으로 보이는 회오리 외에도 중심부에 먼지 구름이 더 있다는 것도 발견됐죠.
과학자들은 왜 화성의 소리에 주목하는 것일까요? 대기의 움직임은 화성의 기후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지구에서 날씨가 좋을 때 로켓을 발사하는 것처럼, 화성에 날씨가 좋을 때 탐사선을 착륙시킬 수 있게 되는 거죠. 게다가 바람에 날리는 입자들이 지구에서 보낸 기기를 망가뜨릴 수 있기에 화성의 환경을 꾸준히 연구해야 한답니다.
오가희 어린이조선일보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