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데센 지음 l 박수현 옮김 l 출판사 바람의아이들 l 가격 1만7800원

이 책은 모든 걸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개인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고교생 애너벨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친구’와 ‘가족’ ‘자신과 싸움’ 같은 문제를 주인공이 어떻게 극복하고 성장하는지 보여줘요.

애너벨은 10대 광고 모델로 일하면서 겉보기에는 외모와 자신감·대인관계 등 모든 게 완벽해 보이는 아이예요. 하지만 아무리 행복해 보이는 사람도 마음속 감추고 있는 구멍이 있는 법이죠.

사실 소설 속 애너벨은 지금 인생 최악의 순간을 겪는 중이에요. 친한 친구였던 소피는 애너벨을 멀리하고 친언니 휘트니는 거식증(拒食症)으로 고통받고 있어요. 그러던 중 애너벨은 여느 또래 아이들처럼 유행가가 아닌 옛 민요를 좋아하는 오언을 만나면서, 그의 도움으로 솔직히 털어놓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이 소설은 진지한 주제를 다양한 등장인물을 통해 매끄럽게 소화하면서 ‘페이지 터너’(Page Turner·책장을 넘기기가 바쁠 정도로 흥미진진한 책)라는 찬사를 받았어요. 미국에서 각종 출판 관련 상도 휩쓸었고 ‘최고의 영 어덜트(Young Adult) 소설’이란 평가도 얻었습니다.

먼저 이 소설에선 친구 관계에서 파생되는 고민을 보여줘요. 애너벨은 파티에 갔다가 소피의 남자 친구 윌을 만나는데 그에게 몹쓸 짓을 당합니다. 그런데 소피는 그 사건을 오해하고 그 과정에서 사이가 멀어집니다. 소피뿐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애너벨은 소외감을 느끼고 괴로워합니다.

가족 문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요. 애너벨 언니가 정신적인 문제로 인해 ‘섭식(攝食)장애’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죠. 가족들 관심은 언니에게 온통 가 있고, 애너벨은 가족 구성원으로서 책임감을 더 느끼게 됩니다. 모델 일을 그만두고 싶어도 그 심정을 말하지 못하고 자기 감정을 억누르면서 고독감이 점점 깊어져 가는 거죠.

마지막으로, 내면의 소리에 대해 다뤄요. 애너벨이 윌에게 당한 일은 진실을 그대로 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요. 하지만 둘 사이를 오해한 소피가 애너벨에게 악담을 퍼부으며 경멸하고, 그 상황이 새로운 고민을 낳게 되는 게 문제죠. 그래서 저자는 자기 문제와 고민을 가둬 두고 침묵하지 말고 똑바로 마주 보고 대처하라고 충고합니다. 결국 애너벨은 주위 사랑과 도움으로 용기를 내 진실을 말합니다. 그 결과 고민도 한결 가벼워집니다.

자기를 둘러싼 세상이 혼란스러울수록 자신을 믿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건 중요해요. 소설 원래 제목(‘Just Listen’)처럼 말이죠. 애너벨이 어떤 트라우마를 겪었고 어떻게 극복해 가는지는 소설을 직접 읽으며 확인해보세요.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