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꿍: 이두온 x 서미애

이두온·서미애 지음 | 출판사 안전가옥 | 가격 1만원

이 책은 기성 작가의 소설 한 편과 신진 작가의 소설 한 편을 엮은 소설집이에요. 방송 작가로 15년 넘게 활동하면서 수많은 TV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대본을 써온 서미애 작가와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한 신진 작가 이두온이 의기투합했지요.

먼저 서 작가가 쓴 ‘이렇게 자상한 복수’를 살펴볼까요? 이 소설은 요즘 화두인 ‘학교 폭력(학폭)’을 다루고 있어요. 주인공은 파리 유학을 마치고 건축가로 성공 가도를 달리는 ‘성호’라는 인물이에요. 그러나 그가 성공의 정점에 올라 유명해졌을 때 과거 그의 학폭에 대한 고발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죠. 그런데 성호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자신이 예전에 학폭 가해자였는지 떠오르지가 않아요. 그는 폭로의 배후를 추적하며 학창 시절 친구들에게 자신이 학교에 다니던 시절 어떤 행동을 했는지 물어요. 그러면서 어떤 진실과 마주해요. 이 작품을 통해 서미애 작가는 의도치 않은 악행이 불러온 결과가 인과응보처럼 자신에게 되돌아올 수 있다는 인생의 진리를 전하고 있어요.

이 작가가 쓴 ‘더없이 중요한 시기’도 시의성 있는 작품이에요. ‘촉법소년(만 10세 이상~14세 미만이면서 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로, 형사책임 능력이 없어 형벌을 받지 않음)’을 소재로 한 소설이기 때문이지요. 이 작품에는 한때 육상 유망주였던 중학생 태이와 친구 예빈이 등장합니다. 이들은 남의 차를 훔쳐 달아나며 위험천만한 추격전까지 감수하죠. 작가는 너무 빨리 달리는 것보다, 자신만의 속도를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고 있답니다.

두 소설은 서미애·이두온 작가가 각각 그들의 강점과 글쓰기 스타일을 보여주며 각자의 주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독특해요. 괴롭힘, 또래 압력과 같이 10대들이 직면하는 복잡한 사회적 역학을 탐구하고 있기도 하고요. 책을 읽고 있는데도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장면들이 머릿속에 그려지고요. 그만큼 쉽게, 술술 읽혀요.

이 책은 ‘복수’라는 주제를 미묘하게 파고들 뿐만 아니라 잘 발달한 캐릭터와 줄거리를 통해 끝까지 몰입하게 하는 소설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너를 이렇게 만든 게 내 탓인 것 같니? 아니,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봐, 이건 다 네가 저지른 짓의 결과야. 18년 전의 너와 지금의 네가 힘을 합쳐서 자신을 벼랑으로 민 거지. 내 손으로 널 죽일 필요도 없었어. 넌 스스로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으니까.” 등장인물의 심리적 깊이를 헤아리며 책 속 문장을 읽다 보면 복수의 본질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