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경남 산청군의 논에서 긴꼬리투구새우가 발견됐어요. 올해로 20년째라고 하네요. 긴꼬리투구새우가 산다는 건 주변이 오염되지 않은 청정 지역이라는 뜻이에요. 새우는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동물이지만, 긴꼬리투구새우는 좀 낯설죠? 다 자란 몸길이는 3~5㎝인데 뒷부분에 한 쌍의 기다란 꼬리가 있고, 투구처럼 둥글게 생긴 등딱지가 있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어요. 그런데 정작 새우는 아니에요.
긴꼬리투구새우는 새우·게·가재·곤충·거미 등과 마찬가지로 몸이 마디로 된 절지동물이에요. 절지동물 중 새우·게·가재처럼 10개의 다리를 가진 종류를 십각류(十脚類)라고 해요. 긴꼬리투구새우는 다리 개수가 이들보다 훨씬 많은 58~60개예요. 긴꼬리투구새우는 ‘살아 있는 화석’이라는 별명이 있어요. 오랜 세월 동안 모습에 거의 변화가 없었거든요. 특히 독일에서 발견된 2억년 전 화석 속 모습이 지금과 거의 똑같대요. 같은 시기 지구를 호령했던 공룡은 멸종하고 없는 것과 대비돼요.
긴꼬리투구새우는 1986년 경남 창녕과 사천에서 처음 발견됐어요. 처음에는 농사를 방해하는 해충으로 오해를 받았대요. 환경오염으로 숫자가 확 줄면서 2005년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됐지만, 이후 개체 수가 차츰 회복돼 7년 만에 해제됐어요. 과거에는 주로 경상남도 등 남부 지역에서 발견됐지만, 요즘은 여러 지역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대요.
긴꼬리투구새우는 농약을 쓰지 않고 벼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는 ‘특급 도우미’예요. 논에 살면서 해충과 그 애벌레, 잡초의 싹을 먹거든요. 농약이나 제초제를 뿌리지 않아도 되는 거죠. 특히 먹이를 찾거나 알을 낳을 때 다리로 흙바닥을 헤집거나 구멍을 내는데 이때 잡초가 자라는 걸 막아주기도 한대요.
논은 긴꼬리투구새우가 대대손손 번식하는 아주 중요한 공간이랍니다. 긴꼬리투구새우는 물에 알을 낳는데, 그 물이 말라붙었다 다시 차야 비로소 새끼가 부화를 하거든요. 이런 특성 때문에 항상 물이 차 있는 강·호수보다는 주기적으로 물이 말라붙는 웅덩이 등에서 번식해요. 우리나라의 경우 모를 심을 때는 물이 차 있지만 벼가 자라면서 물이 빠지는 논이 꼭 알맞죠.
알은 두 겹의 막으로 둘러싸여 있고 막과 막 사이에 아주 좁은 공간이 있는데 거기에 공기가 들어 있어요. 이런 튼튼한 구조 덕분에 가뭄이나 강추위도 거뜬히 견뎌낼 수 있어요. 심지어 알이 건조한 상태로 몇 년씩 지나고 난 뒤 부화할 수도 있대요. 이렇게 극한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는 알은 긴꼬리투구새우가 공룡 시대부터 지금까지 번성하는 중요한 동력이 됐다고 과학자들은 이야기해요. 긴꼬리투구새우의 수명은 30일 정도로 짧은 편이에요. 알에서 깬 지 열흘이 지나면 어엿한 어른이 돼 번식을 시작해요. 수명을 다할 때까지 한 마리가 알을 1000개쯤 낳는대요.
/도움말=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동식물연구실 이치우 전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