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천경자의 ‘미인도’(오른쪽이 원본) 위작 논란을 수사한 검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어요. ‘미인도’는 1991년 위작 논란이 불거졌는데, 검찰은 위작이 아니라고 밝혔어요. /고운호 기자

인공지능(AI)의 눈이 정확할까요, 사람의 눈이 정확할까요? 어느 쪽이 더 정확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둘이 힘을 합쳐 판별해 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위작(僞作)입니다. 위작이란 이름 그대로 ‘거짓된 작품’이라는 뜻이에요. 유명 화가가 그린 그림을 따라 그리거나, 화가의 화풍을 흉내 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합니다. 정직하게 ‘이 화가의 화풍을 따라 만들었다’고 밝히면 모방이 되지만, 밝히지 않고 그 화가가 만든 작품인 척 발표하면 위작이 되죠.

최근에는 미술 작품이 진품인지 위작인지 밝혀내는 작업에 AI 기술도 동원한다고 해요. AI가 화가들의 화풍을 학습하고 안면 인식 기술, 붓 터치를 자세히 분석하는 기술, 캔버스나 조각상의 탄소 연대를 측정하는 기술 등을 활용해 위작인지 아닌지 판별한다고 해요. 다만 같은 작품도 AI 프로그램마다 서로 다르게 판별하는 경우도 있어서 위작인지 진품인지 가려내는 것은 아직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다면 떳떳하지 못한 작품인 위작은 왜 만들기 시작했을까요? 지중해와 북아프리카 일대 고대 국가에는 메소포타미아 지역 신(神) 조각상 등이 널리 퍼져 있었습니다. 고대인들은 다른 나라와 교류하고 작품을 모방하며 지금으로 따지면 ‘위작’이라 할만한 것들을 만들었어요. 이들이 위작을 만든 이유는 종교와 관련돼 있어요. 다양한 신이 존재했던 고대에는 신의 조각상이나 제사용품·장례용품 등의 수요가 많았죠. 하지만 이런 물건들을 원작자에게서 구하기에는 공급량의 한계 등 여러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에 이를 대신할 위작을 만들었습니다.

14세기 이후에는 르네상스 시대 작품을 따라 그린 위작이 넘쳐나게 됩니다. ‘인간 중심적인 고대 그리스·로마 문화의 부활’이라는 기치를 내건 르네상스 시대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 위대한 화가들이 대거 등장했어요. 이들의 위대한 작품을 소장하고 싶다는 욕망과 위작을 그려 큰돈을 벌고 싶다는 욕심이 맞물려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도 모를 수많은 위작이 만들어졌습니다.

특히 북유럽 르네상스 미술 대표 작가인 알브레히트 뒤러는 평생 수많은 위작 때문에 고통받았습니다. 하지만 위조꾼들의 꼼수 때문에 결국 뒤러의 저작권은 보호받지 못했어요. 일례로 루카 조르다노라는 화가가 있습니다. 그는 뒤러보다 100여 년 뒤에 활동한 화가인데, 뒤러의 작품 몇 점을 위작한 뒤 그림 속에 자신의 사인을 적어 놓고 붓질로 덮어 두었습니다. 소송에 휘말릴 것에 대비한 거죠. 루카는 이렇게 만든 위작을 뒤러의 작품인 척 판매했습니다. 이후 그림을 산 사람에게 소송을 당했지만, 루카는 그림에 사인을 해두었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았죠.

현대에도 유명 작가와 관련해 위작 논란이 종종 발생합니다. 위작을 제작하는 것과 유통하는 것 모두 원작자와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입니다. 여러분도 평소 예술 작품을 많이 감상하며 진실하고 좋은 작품을 가려낼 수 있는 눈을 기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