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여우(왼쪽). 오른쪽 사진은 티베트여우의 주된 먹잇감인 우는토끼예요. /SAFE Worldwide·위키피디아

중국 한 방송사가 북서부 칭하이성의 초원에서 뛰놀고 있는 여우 가족을 찍은 영상을 얼마 전에 소개했어요. 어미가 먹을 것을 구해오는 동안 새끼 세 마리가 구덩이에서 나와 뒹굴고 노는 모습이었죠. 이 여우는 티베트여우예요.

전래 동화에서 꾀가 많고 심술궂은 캐릭터로 종종 등장하는 여우는 추운 북극 지방부터 뙤약볕이 내리쬐는 북아프리카 초원까지 지구촌 곳곳에서 살아요. 그런데 살아가는 지역의 날씨에 따라 귀의 크기가 다르답니다. 귀의 크기가 서식 지역의 온도와 비례하죠. 가령 더운 아프리카에 사는 사막여우는 얼굴보다 큰 귀를 가진 반면, 추운 곳에 사는 북극여우는 귀가 아주 작아요. 귀가 작고 몸의 지방층이 두꺼울수록 몸밖으로 열이 빠져나가는 걸 막아주기 때문이라고 해요.

티베트여우는 주로 해발 2500~5200m에 이르는 고원 지대에 살아요. 이런 지역은 겨울철 기온이 영하 40도까지 떨어진답니다. 극지방만큼은 아니어도 아주 거칠고 혹독한 곳이죠. 이런 기후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티베트여우의 귀는 작고, 털가죽은 두툼하답니다. 다 자란 몸길이는 최장 70㎝이고, 약 30㎝에 달하는 꼬리가 있어요. 다리는 좀 짧은 편으로, 어깨높이가 30㎝ 정도예요.

티베트여우는 독특한 얼굴 생김새로도 유명해요. 보통 여우 얼굴을 정면에서 보면 세모 모양에 가까운데 티베트여우는 사각형에 가까워요. 눈은 다른 여우들에 비해 작은 편이죠. 이렇게 네모진 얼굴에 게슴츠레한 작은 눈을 가진 얼굴은 우스꽝스러운 느낌도 납니다. 하품을 하기 위해 입을 쩍 벌리면 날카로운 송곳니가 눈에 확 들어와요.

티베트여우의 주된 먹잇감은 ‘우는토끼’예요. 우는토끼는 토끼의 한 종류인데 생긴 건 오히려 쥐에 가깝고, 티베트여우와 마찬가지로 티베트·히말라야 일대 고산 지대에서 살아요. 이런 지역은 보통 숲이 우거지지 않고 탁 트인 곳이 많아 먹잇감에게 들키지 않고 사냥에 성공하려면 몸을 땅바닥에 가깝게 하고 살금살금 움직여야 해요. 티베트여우는 짧은 다리와 낮은 어깨높이 덕에 몸을 최대한 낮출 수 있어요. 구멍 속으로 도망간 우는토끼를 끄집어낼 때는 날카롭고 기다란 송곳니가 요긴하죠.

티베트여우는 암컷과 수컷 모두 헌신적으로 새끼를 돌보는 훌륭한 부모예요. 매년 짝짓기철이 되면 암컷과 수컷은 함께 땅에 구덩이를 파서 보금자리를 마련해요. 한 번에 2~5마리의 새끼를 낳는데 암컷과 수컷이 교대로 먹이를 부지런히 물어오며 지극정성으로 새끼를 돌봐요.

티베트여우의 푹신하고 두꺼운 털가죽은 옛날부터 방한용 털모자의 재료로 인기가 많았대요. 하지만 티베트여우를 위협하는 건 사람의 사냥보다는 최근 진행되는 급격한 개발과 도시화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