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철학 수업
겐카 도루 지음 l 박은주 옮김 l 출판사 필름 l 가격 1만6000원
‘감정’은 보통 부정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는 감정적인 사람이라 결정을 잘못 내릴 때가 많다’ ‘여러 감정들 때문에 머릿속이 혼란스럽다’처럼 말이죠. 한편 감정보다는 이성의 영역에 가까운 철학은 그동안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는데요. 저자는 철학적 관점에서 ‘감정’을 설명하며, 감정이 통상적으로 여겨져온 것처럼 부정적인 게 아니라고 얘기해줘요.
저자는 감정과 관련해 철학적인 질문들을 던져요. 질문 중 특히 더 흥미로운 질문이 있어요. 바로 ‘감정과 이성은 대립하는 걸까?’입니다.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이성적으로 행동하라’거나 ‘이성으로 감정을 통제하라’는 말들은 감정이 이성보다 열등하고, 이성과 반대되는 것으로 여기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어요. 하지만 저자는 감정 없이는 이성적일 수도 없다고 말해요. 감정을 배제하고는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죠. 예컨대 ‘뱀은 맹독을 가졌고, 물릴 경우 위험하다’는 논리적 판단에 앞서 순간적으로 일어난 두려움의 감정이 뱀을 재빠르게 피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슬픈 노래와 슬픈 감정에 대해서도 재미난 관점을 제시합니다. 우리는 슬픈 노래를 들으면 슬픈 감정이 생긴다고 생각하는데요. 저자는 슬픈 노래와 연결된 예전 기억이나 사건이 떠올라 슬퍼지는 거라고 설명해요. 같은 노래라도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은 개인마다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저자는 “우리는 모든 순간에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말해요. 우연히 들어간 식당에서 먹은 음식이 맛있으면 행복해져요. 늦잠을 자면 지각을 하게 될까봐 초조해집니다. 이처럼 여러 상황에 감정이 동반됩니다. 때문에 감정은 우리의 생각과 행동,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감정에 관해 알고 있으면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이 나타날 때도 보다 잘 대처할 수 있을 거예요.
10대는 감정적으로 가장 예민할 때입니다. 방금 전까지는 행복했는데 갑자기 화가 나거나 슬픈 기분이 들기도 하고, 아무도 내 감정을 이해해주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요. 이는 청소년기가 정서적으로 급격한 성장이 이뤄지는 시기이기 때문이에요. 이 시기의 감정 변화는 정체성과 사회적 관계를 형성해나가는 과정으로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청소년기의 급격한 감정 변화를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몰라 힘들어하는 학생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는 걸 추천해요. 감정을 더 잘 이해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됨으로써 어른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