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차별, 그래도 삶

김효진 지음 | 출판사 이후 | 가격 1만5000원

상대방의 입장이나 생각에 깊게 공감할 수 있는 이들로 우리 사회가 가득해진다면 어떨까요? 모두가 훨씬 행복한 세상이 되겠지요. 실현되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이 책은 그것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해요.

저자는 우리가 ‘장애 공감 지수’를 높여가다 보면 사회를 전보다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이 책을 통해 던지고 있어요. 저자는 세 살 무렵 소아마비에 걸려 열이 심하게 난 후 두 다리가 마비됐고, 지체 장애인이 됐다고 해요. 출판 편집인으로 일하다 장애 인권 운동에 뛰어들었어요. 자신처럼 ‘장애를 가진 여성’들의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오랫동안 연구해 왔대요. 장애 여성이 평등한 권리를 누리는 사회, 차이와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책과 미디어를 통해 꾸준하게 의견을 제시했죠. 이 책 역시 저자가 오랫동안 꾸준히 펼쳐온 장애 인권 활동의 과정이며 성과라고 할 수 있어요.

‘장애인 입장으로 관점을 바꾸면 의외로 배울 것이 많아진다’는 대목이 가장 인상적이에요. 역지사지를 해보면 ‘장애’가 아니라 ‘삶’ 자체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풍요로워질 것이란 의미예요. 저자는 이렇게 말해요. “‘위험해서 안 돼요’ ‘여긴 들어오기 힘드실 겁니다’ 장애인을 배제하는 언어는 하나같이 착한 얼굴을 하고 있다. 마치 장애인을 위하는 것처럼. 그래서 저항할 수 없게 만든다. 장애인이 있어야 할 장소를 기꺼이 내어주는 것이 진정한 환대다.” 여기서 배울 수 있는 ‘환대’는 장애인을 만날 때만 가질 수 있는 태도일까요?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장애인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사람이 사람을 대할 때 어때야 하는지를, 그리고 진정한 환대가 무엇인지를 가장 쉽고 정확하게 배울 수 있다고 합니다.

책에는 장애 인권에 관해 깊게 생각한 사람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요. ‘자립’이라는 주제도 그중 하나예요. 자신은 자립적으로 살고 있다고 믿는 사람도 사실은 가족이나 지인, 제도나 서비스 등에 ‘의존’하며 살고 있다고 저자는 말해요. 또 아프거나 장애가 있거나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많이 의존하게 돼요.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는 삶을 사는 건 불가능한 것이죠. 이런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자립의 의미를 다시 정리해요. “의존을 통해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는 게 자립이다”라고요. 장애인이 활동지원서비스 덕분에 자립할 수 있게 된 것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