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브라질에서 첫 출간한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초판과 같은 표지로 2020년 한국에서 출간한 특별판. /출판사 동녘

“나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서 어린 나무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지금까지 내가 사물들과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은 내 마음속의 작은 새가 말을 해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신기한 일이었다.”

브라질 작가 조제 마우로 데 바스콘셀로스(1920~1984)가 1968년 발표한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주인공 소년 제제의 심리적 성장을 통해 삶을 관통하는 진리란 무엇인지 묻고 답하는 작품이에요. 브라질에서는 지금도 이 책보다 많이 팔린 책이 없을 만큼 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어요. 또 20개 이상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 1500만명 이상 독자들이 읽은 작품이기도 해요. 브라질에서는 여러 번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졌고, 우리나라에서는 연극과 뮤지컬로 제작되기도 했어요.

이 책은 포르투갈계 아버지와 인디언계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가난하고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작가의 경험이 담긴 자전적 소설이에요. 바스콘셀로스는 이 작품을 무려 20여 년 동안 구상했는데 단 12일 만에 썼다고 합니다.

다섯 살 꼬마 제제는 구김살 없는 소년이에요. 하지만 하루 종일 동네를 쏘다니면서 말썽을 피워 가족들에게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죠. 제제네 집은 가난했어요. 엄마는 공장에 다녔지만 아빠가 직장을 잃었기 때문이에요. 아빠는 순박한 사람이었는데 실직 상태가 오래되자 폭력적으로 변했어요. 말썽꾸러기 제제는 아빠에게 심한 매질을 당하기도 해요.

그런 제제에게 친구가 생겼어요. 월세를 내지 못해 더 작은 집으로 이사를 했는데, 그곳에 작은 라임오렌지나무가 있었어요. 제제는 그 나무를 ‘밍기뉴’라고 불렀는데, 기분이 좋을 때는 특별히 ‘슈르르카’라고 불렀어요. 제제는 힘들 때마다 밍기뉴 위에 걸터앉아 영화 속 주인공이 되기도 했어요. 밍기뉴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큰 위로를 받았어요. 밍기뉴는 제제가 시무룩할 때마다 말을 건네주는 좋은 친구였지요.

제제가 마음을 터놓는 대상은 밍기뉴만이 아니었어요. 한번은 제제가 자동차에 매달리는 위험한 장난을 치다가 포르투가 아저씨에게 혼났어요. 하지만 포르투가 아저씨는 제제가 발을 다친 걸 알고 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해줬고, 이 일을 계기로 둘은 친해졌어요. 무뚝뚝하고 폭력적인 아버지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자상함 때문에 제제는 포르투가 아저씨가 좋았어요. 아저씨의 아들이 되고 싶다고 말할 정도였죠. 아저씨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욕도 하지 않고 사람들을 골탕 먹이는 일도 그만두었어요. 하지만 포르투가 아저씨와의 만남은 길지 않았어요. 아저씨가 철도 사고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에요. 제제는 어린 나이에 죽음을 경험하면서 차츰 인생을 배워가기 시작해요.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1960년대 브라질의 암울한 시대가 배경이에요. 당시 브라질에 들어선 군부 정권이 정치 안정과 경제 발전을 내세우며 사회를 강하게 통제했거든요. 온갖 불합리한 점이 많은 시대였지만, 어린 제제의 눈에 비친 세상은 오히려 눈부시게 아름다웠어요. 제제가 천진난만한 동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