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지 지음 | 김현구 감수 | 출판사 아날로그 | 가격 1만7000원
옛날엔 밤하늘의 별이 지금보다 훨씬 더 잘 보였어요. 공해도 없고 가로등도 없던 옛날, 사람들은 별을 보며 인간 세상과 전혀 다른 신들의 세상을 상상하기도 했어요.
별자리는 이런 상상의 결과물이에요. 사람들은 하늘의 별을 가상의 선으로 이어 사물이나 인물, 혹은 동물 이름을 붙였어요. 별자리는 문화권이나 시대마다 모양이 달랐고, 다른 이름으로 불렸어요. 그러다가 1930년 국제천문연맹(IAU)에서 별자리 88개만 공식적으로 인정했어요. 별자리를 표준화한 거예요. 원래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별자리 외에도 훨씬 많은 별자리가 있었던 거지요.
이 책은 천문학의 눈으로 미술 작품을 살펴보는 독특한 구성이에요. 저자는 미술사를 전공한 역사연구자이고, 저자의 남편은 천문학 박사예요. 남편은 미술에 관심이 전혀 없었고 저자는 천문학과 과학이 무척 낯설고 어려웠다고 해요. 부부는 매일 저녁 집 주변을 산책하면서 이야기를 나눴어요. 남편은 아내에게 별과 행성, 별자리에 대해 매일 설명해줬어요. 덕분에 아내는 금성·목성·화성을 금방 찾을 수 있게 됐어요. 겨울이면 시리우스 오리온 자리의 대삼각형을 볼 수 있었고, 여름엔 백조자리·견우성·직녀성이 있는 여름철 대삼각형을 보았죠. 북두칠성에서 북극성 찾는 법도 배웠어요.
저자는 별을 알고 나니 밤하늘이 완전히 달리 보였다고 해요. 그래서 자신의 전문 분야인 미술사 속에서 천문학이 미친 영향을 찾아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이 책은 그 성과를 담고 있어요. 전혀 다른 분야인 미술사와 천문학을 겹쳐 놓으니 놀랍도록 풍성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어요.
특히 아담 엘스하이머라는 화가의 이야기가 무척 인상적이에요. 그는 천재적인 재능을 지녔지만 32세 나이로 극심한 빈곤 속에서 불우한 생을 마쳤어요. 작품 수가 적어 미술사에서 거의 사라지다시피 한 화가라고 해요. 하지만 17세기 유럽의 풍경화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특히 그가 남긴 1609년 작 ‘이집트로의 피신’은 천문학과 미술의 만남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래요. 별자리 위치와 은하수의 모습, 달의 울퉁불퉁한 표면까지 매우 정확하게 표현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 작품은 최초의 ‘밤 풍경화’라는 의미도 있다고 해요. 이전의 풍경화는 모두 낮의 풍경만 그렸거든요.
천문학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요. 별에는 수많은 상상과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겠죠. 천문학은 가장 예술적이고 철학적인 학문이라고도 할 수 있겠어요. 이 책은 천문학이 가진 특별한 매력을 예술이라는 관점을 통해 잘 드러낸답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