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닉 지음 l 황유원 옮김 l 출판사 윌북 l 가격 1만8800원

감정을 정확히 표현하는 법을 알려주는 안내서이자 다양한 감정에 대한 풀이를 곁들인 사전 형식의 책이에요.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미묘한 감정들을 나타내는 말을 신조어로 만들고, 거기에 사전식 설명을 덧붙였어요.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지만 그것을 표현할 마땅한 단어가 없어 무력한 기분이 들었던 경험이 아마 다들 한 번쯤은 있었을 거예요. 그래서 저자는 기존 사전에서 찾아볼 수 없는, 감정이나 경험을 표현하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소개해요.

책에는 이모독스(emodox)라는 단어가 나와요. 주위의 모든 사람과 영원히 조화되지 않는 기분을 느끼는 사람을 뜻하는 명사입니다. ‘감정의’를 뜻하는 ‘emotional’과 ‘예상된 규범에 따르지 않는’을 뜻하는 ‘dox’를 결합해 만든 거지요. 이런 식으로 저자가 이름 붙인 감정들이 300여 개에 달합니다.

저자가 이런 책을 쓴 건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사람의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해주는 단어가 없다면 우리는 서로의 상황과 기분을 짐작조차 할 수 없게 되고, 상대를 이해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죠. 감정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그걸 어떻게든 표현하는 게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일상에서 마주치는 감정부터 내면 깊숙한 곳에 숨겨진 감정, 우리를 매혹시키는 순간에 느끼는 감정, 군중 속의 고독 등 여러 감정들에 대해 총 6장에 걸쳐 이름을 붙이고 설명해줘요. 물론 애매하고 모호한 감정들에 이름을 붙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저자는 정의하지 못할 만큼 모호한 슬픔은 없으며, 번역 불가능한 감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정확한 단어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일은 생각을 정리하고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것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감정을 느꼈을 때 그저 단순하게 “짜증나!”라는 단어로 자신의 감정을 대충 표현할 게 아니라 과연 그 감정이 ‘짜증’이 맞는지 먼저 생각해보세요. 짜증이 아니라면 ‘화’ 또는 ‘억울함’인지, 혹은 좀 더 복잡한 감정인지 고민해보세요. 그러다 보면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됐고, 어떻게 행동하는 게 나에게 좋은지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만약 어떤 감정인지 정리는 됐는데, 달리 표현할 단어가 없다면 이 책을 다시 한번 들춰보세요. 책에서 내 감정을 설명해줄 적합한 단어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매일매일 책을 한 장씩 읽어 보는 것도 좋아요.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이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감정들이 이렇게나 다양하다는 걸 배우고 이해할 수 있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