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막을 내린 2024 파리 올림픽은 친환경을 표방하며 새 경기장을 짓기 보다 유명 관광 명소를 경기장으로 임시로 활용했어요. 에펠탑 바로 앞 마르스 광장에서는 비치발리볼,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가 처형된 콩코르드 광장에서는 브레이크댄스와 스케이트보드, 베르사유 궁전 정원에서는 승마 경기가 펼쳐졌습니다. 특히 펜싱과 태권도가 열린 그랑 팔레(Grand Palais)는 보수 공사를 위해 문을 닫은 지 3년여 만에 올림픽 경기를 위해 임시 개장해 눈길을 끌었어요.
그랑 팔레는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위해 지어진 건물입니다. 프랑스 정부는 만국박람회에서 자국의 산업과 기술뿐 아니라 문화적인 성취를 뽐내려 했어요. 그래서 프랑스 미술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대형 전시회를 기획했고, 이를 선보이는 장소로 신축한 곳이 바로 그랑 팔레입니다.
당시 프랑스와 미국에서는 보자르(Beaux-Arts)라는 건축 양식이 유행했어요. 보자르 양식은 오랜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파리의 국립미술학교 ‘에콜 데 보자르’에서 이름을 따왔어요. 좌우 대칭과 정교하고 화려한 장식이 보자르 양식의 특징이었어요. 정부 청사나 기차역 등 대규모 공공 건축물에 보자르 양식이 많이 쓰였어요. 가로 길이 240m에 달하는 그랑 팔레도 외관 전체가 보자르 양식으로 돼 있어요.
그런데 그랑 팔레 안으로 들어가면 전혀 예상치 못한 공간이 펼쳐집니다. 바로 길이 200m에 달하는 중앙홀입니다. 정교한 강철 뼈대로 아치형 지붕을 만들었어요. 전체 공간이 시원하게 탁 트인 느낌이 들지요. 특히 천장은 유리로 만들어져 개방감을 극대화합니다. 유리 천장 표면적은 1만7500㎡나 되며, 이를 통해 자연광이 건물 안으로 쏟아져 들어옵니다.
그랑 팔레는 제1차 세계대전 때는 군 병원으로 잠시 쓰이기도 했지만, 지금도 파리를 대표하는 전시장이에요. 1993년 유리 천장 일부가 무너지면서 10여 년간 보수 공사를 진행한 후 재개장하는 사건도 있었어요. 패션 브랜드 샤넬이 그랑 팔레에 인공 해변, 로켓 발사대 등 정교한 세트를 지어 패션쇼를 진행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어요.
그랑 팔레는 지난 2020년 12월 파리 올림픽을 위해 총 4억6600만유로(약 6900억원)를 들여 대규모 보수 공사를 시작했는데요. 2025년 봄부터 완전히 재개장해 예전처럼 각종 전시회와 박람회 등이 열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