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에 세워진 스페인의 한 교회에서 천사 조각상을 엉터리로 복원해 논란이 되고 있다는 외신 뉴스가 나왔어요. 제대로 연구나 조사를 하지 않고 복원을 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요. 복원된 천사 조각상은 새하얀 얼굴에 새빨간 입술만 도드라지게 칠했고, 이목구비는 전체적으로 뭉개진 모습이에요. 스페인의 복원·보존 전문가 협회는 “전문가가 수행하지 않은 복원 작업으로 인한 유산에 대한 공격”이라고 말했지요.

과거 역사와 시간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문화재를 원형 그대로 복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에요. 문화재 복원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세계 곳곳에서 진행된 문화재 복원에는 어떤 게 있는지 한번 살펴볼까요?

①18세기에 세워진 스페인의 한 교회에서 복원한 천사 조각상. 얼굴은 하얗고 새빨간 입술만 도드라져 엉터리 복원으로 논란이 되고 있어요. ②시리아에 있는 고대 도시 팔미라의 바알샤민 신전. 2015년 테러 단체 이슬람국가(IS)가 폭탄을 터뜨려 파괴하기 전 아름다운 모습이에요. ③2016년 3D 스캔 기술로 재현한 팔미라의 유적 '개선문'이 영국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 전시됐어요. ④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크메르제국의 대표 유적이지만, 오랜 세월 방치되고 전쟁을 겪으며 훼손됐어요.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들이 함께 복원에 나섰습니다. /X(옛 트위터)·위키피디아·브리태니커

문화재 보존과 복원

유네스코는 문화재 보존을 ‘문화재의 수명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 대상물에 직접적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거나, 적합한 환경을 마련해 주는 일’이라고 정의하고 있어요.

복원은 문화재를 보존하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으로, 대상물에 직접 손을 대는 것을 말해요. 문화재를 보존할 때 명심해야 하는 중요한 약속이 하나 있어요. 바로 문화재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노력하되 원형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에요. 무리하게 문화재 본래 모습을 변형하거나 개조하지 않아야 해요.

팔미라

시리아의 거대한 사막에 위치한 팔미라는 고대 실크로드를 중심으로 무역이 발달한 시기에 번영했던 도시예요. 오아시스를 따라 만들어졌는데요. 오아시스 덕분에 주변 사막지대와는 달리 동서를 오가는 상인들로 북적였다고 합니다.

팔미라는 장대하고 아름다운 고대 유적지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198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어요. 팔미라의 예술과 건축은 전통 기술에 그리스·로마, 페르시아 문화가 혼합된 특징을 보인다고 해요. 고대 원형극장과 바알샤민 신전, 벨 신전 등이 유명하지요.

하지만 지난 2015년 테러 단체 이슬람국가(IS)가 팔미라를 점령하면서 많은 유적지가 훼손됐어요. IS가 유적지를 파괴한 명분은 우상숭배 금지였어요. IS는 바빌로니아의 최고 신인 ‘벨’을 모신 벨 신전을 30t(톤) 넘는 폭탄을 이용해 폭파했어요. 폭풍과 강우를 지배하는 여신 바알샤민에게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만들어진 바알샤민 신전도 폭탄을 터뜨려 파괴했습니다. 갖은 고난에도 수천년 이상 보존된 유적지들이 사라지게 된 것이죠.

팔미라는 IS가 물러난 2016년 이후 복원이 시작됐어요. 2017년 이탈리아의 문화재 전문가들이 팔미라 국립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던 조각상 2점을 복원했어요. 2~3세기에 만들어진 남성과 여성 흉상 조각상이었죠. 복원 전문가들은 조각상 파편을 이탈리아로 가져가 하나씩 맞추고 부족한 부분은 3D 프린터를 이용해 복원했다고 해요.

IS가 파괴한 팔미라 유적지 중에는 개선문도 있어요. 3세기 로마제국 황제 세베루스 때 세운 건축물이죠. 고대 그리스와 로마, 페르시아 문화 특징이 융합된 가치 있는 건축물이었어요. 지난 2016년 하버드대와 옥스퍼드대가 함께 만든 디지털고고학연구소(IDA)는 파괴된 개선문을 3D 스캔 기술로 재현했어요. 이탈리아 대리석을 이용했고, 원래 크기의 3분의 2 정도로 만들었대요. 재현한 개선문은 영국 런던의 트래펄가 광장에 전시했다고 합니다.

앙코르와트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는 9세기부터 15세기까지 융성했던 크메르 제국의 대표 유적이에요. 앙코르(Angkor)는 ‘왕궁이 있는 도시’, 와트(Wat)는 ‘사원’이라는 뜻이에요. 앙코르는 크메르 제국의 수도였습니다.

당시 크메르족은 왕과 귀족이 죽으면 그가 믿던 신과 하나가 된다고 믿었어요. 그래서 나중에 신과 함께 지낼 사원을 지었어요. 앙코르와트도 국왕이었던 수리야바르만 2세가 힌두교의 신 ‘비슈누’와 하나가 되기 위해 건립한 사원이에요. 하지만 크메르 제국이 쇠퇴하면서 관리가 잘 안 되다가 15세기 왕조 멸망 후엔 정글 속에 방치됐어요.

특히 1970년대 초 베트남군과 크메르루주(캄보디아 급진 좌파 무장 단체)가 앙코르와트 지역에서 전투를 벌이면서 앙코르와트는 크게 훼손됐어요. 앙코르와트는 1992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는데요. 유네스코는 동시에 ‘위험에 처한 유산’으로도 지정했어요. 당시 앙코르와트 보존 상태가 매우 열악했기 때문이에요. 유네스코는 캄보디아 정부에 앙코르와트 전담 관리 기구도 설치하라고 주문했어요. 하지만 거대한 앙코르와트를 캄보디아 혼자 힘으로 복원하고 관리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세계 각국이 함께 복원에 나서게 됐고, ‘앙코르 역사유적 보호개발 국제협력위원회(ICC-Angkor)’가 만들어졌답니다. 그 덕에 앙코르와트는 2004년 위험에 처한 유산 목록에서 제외됐어요.

이후에도 앙코르와트 복원은 계속됐어요. 우리나라는 2015년 17번째 국가로 앙코르 유적 복원 사업에 참여했어요. 여러 나라의 관련 기관들이 복원에 참여하는 만큼 국제협력위원회는 ‘캄보디아 전통 기술 우선’이라는 원칙을 정했다고 해요. 선진국들의 신기술과 신재료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캄보디아 전통 기술을 우선 적용하는 것이 문화재를 원래 모습대로 복원하는 측면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