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

Q. 3주 전 주식 시장이 크게 요동치면서 한때 공포지수가 4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는 뉴스가 나왔어요. 공포지수가 무엇인가요?

A. 주식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가장 공포를 느낄 때는 아마도 시장 흐름을 짐작할 수 없을 때일 거예요. 경기가 나아질지 나빠질지 잘 모르겠는데 주가가 출렁거리면 아무리 노련한 투자자라도 얼어붙기 마련이죠.

그런데 얼마 전 투자자들 사이에서 공포가 확산했어요. 미국이 조만간 기준 금리 인하를 시작할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 캐리 트레이드(일본에서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 글로벌 자산에 투자하는 현상)가 끝날 거라는 걱정, 중동 전쟁이 터지고 미국이 경기 침체에 접어들지 모른다는 불안이 커졌죠. 호재와 악재가 겹치며 시장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웠어요.

이런 공포는 이른바 ‘검은 월요일(블랙 먼데이)’로 이어졌어요. 지난 5일 코스피 지수는 투자자들의 투매로 하루 만에 8% 넘게 떨어졌어요. 일본, 대만 등의 증시도 폭락했죠.

투자자들의 공포를 한발 앞서 감지할 수 있을까요? 그러면 검은 월요일처럼 시장이 크게 흔들리기 전에 미리 대비할 수 있을 텐데요. 물론 방법이 있어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Volatility Index)를 보면 돼요. VIX는 ‘공포지수’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경우가 더 많아요.

VIX는 미국 주가지수 S&P500의 변동성에 대한 시장 참여자의 기대를 보여주는 지표예요. VIX 상승은 향후 30일 안에 S&P500의 변동성이 커질 거라고 보는 투자자가 많아졌다는 걸 뜻해요. 곧 증시가 큰 폭으로 오르내릴 거라는 공포가 퍼지는 거죠. 보통 VIX가 30을 넘으면 투자자들이 공포 구간에 접어들었다고 봐요.

VIX가 작동하는 원리를 들여다볼까요? VIX는 S&P500 지수 옵션 가격을 바탕으로 산출해요. 옵션은 자산을 미리 정한 가격과 시점에 매수 또는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해요. 많은 경우 시장 변동성에 대비하기 위해 옵션을 사죠. 30일 뒤 A회사 주식 한 주를 50달러에 팔 수 있는 옵션을 샀다고 해봐요. 그럼 한 달 뒤 주가가 30달러로 떨어져도 옵션을 행사해 주식을 주당 50달러에 팔 수 있어요. 옵션 가격만 내면 큰 손실을 피할 수 있죠.

그래서 주식 시장에 공포가 확산하면 많은 사람이 옵션을 사고 싶어 해서 옵션 가격이 올라요. 그러면 다양한 옵션 가격을 종합해 산출하는 VIX도 상승하게 됩니다. VIX는 5일(현지 시각) 한때 65를 넘겨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졌다는 걸 보여줬어요. 코로나 초기인 2020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였죠. 지금은 20 아래로 떨어져 투자자들이 점차 안정을 되찾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