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제프 셰파흐 지음 l 장혜경 옮김 l 출판사 에코리브르 l 가격 1만7000원

언젠가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휴대폰으로 미세 먼지 농도를 검색하는 일이 일상이 됐습니다. 미세 먼지가 심한 날엔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하거나, 창문을 꼭꼭 닫고 집 안에 머무르는 등 먼지는 우리 생활에 크고 작은 불편함을 주는 존재가 됐지요.

그런데 혹시 ‘먼지’라는 작은 입자들이 우리의 삶과 우주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이 책은 먼지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먼지를 떠올리면 그저 지저분한 것, 혹은 미세 먼지처럼 건강을 해치는 것으로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과학 기자인 저자는 먼지가 골칫거리가 아니라, 우주의 역사와 인간 존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라고 설명해요.

책의 도입부에서 저자는 태초에 가스와 먼지로 이루어진 거대한 소용돌이에서 태양이 탄생하고, 그 주변을 맴도는 원반 위 먼지 알갱이가 차츰 뭉쳐서 지구라는 행성으로 자라난 과정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선 결국에는 먼지로 돌아가는 인간사에 대해 말해요. 먼지에서 태어나 먼지로 돌아가는 우주와 인간의 존재를 다룬 것이지요. 이러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먼지에 관한 과학적 호기심이 생길 뿐만 아니라, 인간 존재의 본질과 삶의 의미 등 철학적 사유까지 하게 됩니다.

더하여 이 책에는 먼지와 관련한 다양한 사례가 풍부하게 담겨 있어요. 공기 중의 먼지는 주변 동식물은 물론 그 동물이 섭취한 음식의 종류까지 추적하는 단서가 될 수 있어요. 이에 착안해 먼지를 과학 수사에 접목해 범죄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탐정 소설을 읽는 것처럼 흥미진진합니다.

우주 탐사선 스타더스트(Stardust)가 우주 먼지를 수집해 지구로 가져온 이야기는 먼지라는 작은 입자가 품고 있는 우주의 신비를 느끼게 해줘요. 빌트 2 혜성의 꼬리를 통과한 탐사선 스타더스트는 혜성 먼지 수천 분의 몇 그램을 가지고 2006년 1월 지구로 돌아왔어요. 이 먼지를 분석한 결과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사실이 밝혀졌어요. 빌트 2 혜성이 태양계의 바깥 차가운 지역에서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던 것과 반대로, 태양계의 뜨거운 중심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확인됐답니다. 먼지를 통해 비밀을 풀어낸 거지요.

이처럼 저자는 먼지라는 소재로 과학과 철학을 아우르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먼지와 관련한 과학적 사실들과 철학적 사유가 서로 어떻게 연결되고, 영향을 주고받는지 생각하면서 이 책을 읽어보세요. 세상을 과학과 철학 등 다양한 학문의 관점에서 폭넓게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