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비싼 만화책은 얼마일까요? 정답은 600만달러(약 80억원)입니다. 1938년 미국에서 발행된 ‘액션 코믹스’ 창간호가 지난 4월 미국 헤리티지 옥션에서 이 가격에 팔렸습니다. 가판대에서 10센트에 판매하던 만화책이 이렇게 수집가의 열렬한 사랑을 받게 된 이유는 수퍼맨 덕분입니다. 액션 코믹스 창간호에 수퍼맨이 처음으로 등장했거든요.
수퍼맨은 현대 만화 역사를 바꾼 기념비적 캐릭터입니다. 무엇보다 ‘수퍼 히어로’라는 장르를 최초로 개척한 주인공이에요. 수퍼 히어로는 초인적인 힘을 가진 영웅으로 선한 목적을 위해 싸우는 캐릭터를 말해요. 범죄, 악당, 초자연적 위협에서 사람들을 보호하거나 세상을 구하는 역할을 해요. 우리에게 익숙한 배트맨, 원더우먼,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헐크, 앤트맨을 비롯해 세계 대중문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수퍼히어로는 수퍼맨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받아 탄생한 후예들입니다.
수퍼맨은 수퍼히어로의 원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무척 중요해요. 초인적 능력, 이중 정체성, 코스튬, 도덕적 책임감 등 수퍼 히어로들의 공통 특징들은 모두 수퍼맨에서 처음 시도됐습니다. 수퍼맨은 빛의 속도로 빠르게 움직이며 어마어마한 괴력을 발휘해요. 사물을 꿰뚫어 보는 투시 능력도 있지요. 특히 망토를 펄럭이며 하늘을 종횡무진 비행하는 모습은 전매특허입니다.
이런 수퍼맨은 평소에는 안경을 쓰고 ‘클라크 켄트’라는 이름의 신문기자로 평범하게 생활하지만, 위급한 상황이 생기면 안경을 벗고 초능력을 발휘합니다. 이런 이중적인 모습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장치가 코스튬이에요. 수퍼맨 하면 떠오르는 모습은 몸 전체 실루엣이 드러나는 파란색 쫄쫄이, 빨간 팬티와 부츠, 망토, 그리고 다이아몬드 형상의 ‘S 심볼’인데요.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코스튬은 수퍼맨의 상징이에요.
수퍼맨이 세상을 구하는 이유는 단 하나, 선한 마음 때문입니다. 수퍼맨이 세상에 나온 지 80년이 넘었지만 정의를 수호하려는 도덕성과 책임감은 수퍼맨의 변치 않는 핵심 덕목입니다. 자신의 힘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윤리적으로 고민하는 그의 모습은 현대 수퍼히어로 장르를 이끌어가는 뼈대가 되었어요.
수퍼맨은 미국의 문화적 자존심으로 불립니다. 1930년대 후반 대공황의 여파와 제2차 세계대전 발발로 우울함과 혼란스러움이 뒤섞인 미국에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역할을 담당했어요. 전후 냉전 시대에는 ‘세계 평화와 정의 수호’라는 미국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는 첨병으로 활약했습니다. 냉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진행된 세계화 시대에는 미국의 소프트 파워를 드러내는 존재로 위상이 확고해졌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