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푸른 가을 하늘을 ‘쪽빛’이라고 하지만, 사실 쪽 어디에도 푸른색은 없답니다(왼쪽 사진). 꽃이 화려한 편도 아니어서 그냥 지나치기 쉬운 식물이에요. /김민철 기자

요즘 같이 푸른 가을을 쪽빛 하늘이라고 하죠. 남색(藍色)이라고도 하는 쪽빛은 짙은 푸른빛을 말하는데, 이 짙은 푸른빛을 물들이는 염료식물이 바로 쪽입니다. 치자 열매가 노란색, 잇꽃(홍화)이 붉은색 물을 들이는 천연염료라면 쪽은 짙은 푸른색 물을 들이는 대표적인 염료입니다.

‘청출어람(靑出於藍) 청어람(靑於藍)’이라는 고사성어도 쪽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 뜻은 ‘푸른색 염료는 쪽에서 얻은 것이지만 쪽보다 푸르다’이며, 스승에게 배운 제자의 학문이나 실력이 스승을 능가함을 의미합니다.

사실 쪽은 평범하게 생겼습니다. 흔한 잡초처럼 생겼고 꽃이 아주 예쁜 것도 아니어서 그냥 지나치기 쉬운 식물입니다. 이 식물에서 어떻게 하늘을 닮은 쪽빛이 나오는지 경이로울 따름입니다.

쪽은 마디풀과의 한해살이풀입니다. 산이나 길가에 흔한 여뀌 종류와 형제 식물이라 식물을 좀 아는 사람도 얼핏 보면 여뀌 아닌가 생각하기 쉽습니다. 다 자라면 키는 50~60㎝ 정도입니다. 여느 마디풀과 식물처럼 줄기에 마디가 발달해 있습니다.

예전엔 마당 한구석에 쪽을 심어 놓고 염료로 사용했다고 하는데, 요즘은 쪽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화학 염료가 나오면서 굳이 쪽을 기를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쪽은 중국 원산으로 오래전에 염료로 쓰기 위해 들여온 종입니다. 들판이나 산기슭에서 자라기도 하지만 아주 드문 편입니다. 따라서 이제는 식물원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식물입니다. 위 사진도 서울 홍릉숲 약초원에서 담은 것입니다.

사실 쪽의 꽃이나 잎이나 줄기 등 어디에도 남빛은 없습니다. 그런데 어디에서 푸른색이 나오는 걸까요. 바로 잎입니다. 쪽잎이 마르면 검은빛이 도는 남색을 띤다고 합니다. 이 쪽잎을 꽃대가 올라오기 전인 7월 말부터 8월 중순 사이에 채취해 쪽빛 염료를 얻는다고 합니다.

쪽잎은 타원형 또는 달걀형으로 짧은 자루를 가지고 서로 어긋나게 달립니다. 쪽잎은 다른 여뀌 종류에 비해 잎이 동글동글하고 잎 끝이 둔하고 주름이 깊은 것으로 구별할 수 있습니다. 조선 시대 가정 살림에 관한 내용을 정리한 책 ‘규합총서’엔 ‘쪽잎은 둥글고 두꺼워 두툴두툴한 것이 좋다’고 기록하고 있다고 합니다. 주름이 깊은 잎이 좋다는 얘기입니다.

쪽은 여뀌들처럼 늦여름에서 가을부터 꽃이 핍니다. 딱 요즘입니다. 줄기 끝에 작은 분홍색 꽃이 줄줄이, 빼곡하게 달린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작아서 자세히 봐야 하지만 ‘하나씩 떼어놓고 보면 참 예쁜 꽃’입니다. 쪽은 꽃이 비교적 성글게 달리는 그냥 여뀌보다는 빽빽하게 달리는 개여뀌를 더 닮았습니다. 그러니까 개여뀌 비슷하게, 작은 분홍색 꽃이 빽빽하게 달렸는데 잎이 동글동글하고 주름이 져 있으면 쪽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