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많은 10대를 위한 뜻깊은 세계사
최은진 지음 l 나수은 그림 l 출판사 나무생각 l 가격 1만6800원
전쟁은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알고 있었나요? 인류는 ‘새들과의 전쟁’을 벌이기도 했답니다. 1932년 호주의 국방장관은 오세아니아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새 ‘에뮤’를 잡기 위해 기관총 부대까지 동원해요. 타조를 닮은 에뮤는 몸길이 약 1.8m에 몸무게가 50㎏에 달하는 거대한 새인데요, 주변의 밀을 어마어마하게 먹어 치우고 주민들의 농장 울타리도 자주 훼손했기 때문에 본격적인 사냥에 나선 거죠. 당시 호주 정부는 주민들에게 탄약까지 줘서 6개월 동안 6만 마리 가까운 에뮤가 목숨을 잃었다고 해요. 그렇게 급격하게 개체 수가 감소한 에뮤는 현재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있답니다.
한편 1958년 중국에서는 마오쩌둥이 곡물 씨앗을 즐겨 먹는 참새와의 전쟁을 선언했습니다. 이 전쟁에 동원된 인원만 약 수백만명. 사냥당한 참새의 수는 셀 수 없이 많았지요. 그러나 참새가 사라지자 메뚜기와 같은 해충들이 기승을 부렸고, 그 결과 그해 농업 수확량은 비참할 정도로 적었다고 해요. 인간이 자연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급진적으로 자연을 통제하려고 하면 이런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지요.
이 책은 역사적 사건을 나열하며 세계사를 설명하지 않아요. 대신 당시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역사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돕죠. 총 1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만사 무사’와 같은 강력한 왕이 등장하는 말리 제국에 대한 이야기 등 교과서에서는 보기 힘든 사건들도 살펴요. 또한 대서양 노예 무역과 같은 어두운 역사적 순간을 탐구하고, 쿠바 미사일 위기와 같은 현대의 갈등까지 세세하게 들여다본답니다.
이 책은 역사적 사건이 후대에 미치는 광범위한 사회적, 문화적 영향도 알려줍니다. 저자는 고대의 미스터리가 현대인의 삶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고 설명해요. 예로 2012년에 유행했던 세계 멸망설을 들 수 있지요. 이때 세계가 멸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금 우리는 잘 알고 있지만, 당시 한 국제 여론 조사 기관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당시 세계 인구의 10%에 달하는 사람들이 곧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소문을 믿었다고 해요.
이러한 공포의 근원은 고대 마야 문명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1960년대 멕시코 남부에서 발견된 토르투게로 석판에는 ‘마지막 날’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요. 이날이 마야식 계산법에 따르면 2012년 12월 21일이었던 겁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막연히 그날 세상의 종말이 올 거라고 추측했던 거지요.
지금 우리는 세계 각국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보고 들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한 국가에서 일어나는 일은 더 이상 그 국가만의 일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주지요. 예를 들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세계의 난방비가 오르고 한국과 유럽을 오가는 여객기의 비행 시간은 이전보다 2시간이 늘었습니다. 이렇듯 서로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는 시대에는 다른 나라의 역사를 공부하는 일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저자는 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