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이미래 작가의 개인전 ‘열린 상처’가 영국 런던 테이트 모던 미술관의 터바인홀에서 개막했어요. 테이트 모던은 버려진 화력 발전소를 개조해 2000년 문을 열었는데, 터바인홀은 이런 역사를 상징하는 장소예요. 전력을 생산하는 터빈이 있던 공간을 층고 35m, 면적 3300㎡의 초대형 전시장으로 만든 것이죠. 지금까지 루이스 부르주아, 애니시 커푸어, 아이웨이웨이 등 현대미술 거장들이 터바인홀에서 전시를 했답니다. 이미래는 터바인홀에 데뷔한 역대 최연소이자 첫 한국 미술가로 이름을 남기게 됐어요.
테이트 모던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현대미술관 중 한 곳입니다. 이곳은 붉은 벽돌과 높은 굴뚝 등 발전소 외형을 최대한 보존하며 내부를 전면 리노베이션한 ‘재생 건축’으로 유명해요.
1990년대 초 영국의 비영리예술재단 테이트는 만성적인 전시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테이트 모던을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땅값 높은 런던에서 적절한 부지를 찾다가 템스강 남쪽의 뱅크사이드 발전소가 눈에 들어왔어요. 런던에 전력을 공급하던 이곳은 공해 문제 등으로 문 닫은 후 방치된 상태였죠. 이후 주변 지역 역시 쇠락하며 도시의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어요. 1994년 테이트는 발전소 부지를 미술관으로 재활용하는 공모전을 열었습니다.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거장들이 참여했는데 최종 승자는 스위스에서 활동하던 건축 팀 헤르조그 앤드 드 뫼롱(H&dM)이었어요. 이들은 발전소 형태를 최대한 유지하는 아이디어를 냈답니다.
발전소는 템스강을 두고 마주보고 있는 세인트폴 대성당에 빗대 ‘산업의 대성당’으로 불릴 만큼 템스강의 랜드마크였어요. 벽돌 수백만 장으로 만든 건물과 중앙에 우뚝 솟은 99m 높이의 굴뚝은 산업 시대의 장대한 유산이었습니다. H&dM은 발전소의 역사적 가치와 맥락을 존중해 이를 미술관의 정체성으로 삼았어요. 발전소 시절 있었던 기계와 구조물 일부를 그대로 남겨두거나 시간의 흐름에 맞게 재해석해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느껴지도록 한거죠.
이들은 발전소의 높은 층고를 활용해 공간의 높이감을 극대화했는데요. 그 백미가 바로 터바인홀입니다. 길이 152m, 폭 22m, 높이 35m의 광활한 터바인홀에는 초대형 작품을 마음껏 설치할 수 있어요. H&dM은 꽉 막힌 천장을 뚫고 철골과 유리로 공간을 증축했어요. 자연광이 내부로 가득 들어오자 발전소의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도 없어졌죠.
테이트 모던은 영국 정부가 새천년을 맞아 문화 발전과 낙후 지역의 인프라 확충을 위해 재정을 투입한 ‘밀레니엄 프로젝트’ 도움을 받았어요. 건설비 상당 부분을 지원받았죠. 대관람차 런던 아이, 보행교 밀레니엄 브리지도 이 프로젝트 지원을 받은 거예요. 테이트 모던이 생긴 후 근처 상권은 활기를 되찾았고, 주변 지역엔 고급 주택이 들어섰답니다. 런던도 세계적인 ‘아트 허브’로 올라서게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