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 지어진 세계 최초 돔 경기장 ‘애스트로돔’이에요. /게티이미지코리아

올 한 해 1000만명 이상 관객이 찾으며 흥행한 한국 프로 야구에서 최근 KIA 타이거즈가 최종 우승을 차지했어요. 그런데 올가을엔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려서 최초로 우승팀을 가리는 한국시리즈 경기가 연기되기도 했답니다. 팽팽하던 경기가 갑자기 중단되자 많은 야구팬은 날씨와 상관없이 경기를 할 수 있는 돔(dome) 경기장이 더 필요하다고 성토했죠. 스포츠와 공연장으로 익숙한 돔 형식 건축물은 사실 오래전 로마 시대부터 등장했던 건축 양식이랍니다.

돔은 건물 천장을 반구(半球) 모양 지붕으로 덮은 형식을 말해요. 천장이 동그란 형태인 집은 원시 시대부터 있었지만, 대규모 건축물에 돔 같은 동그란 천장을 적용한 시기는 로마 시대부터랍니다. 돔이라는 말 역시 라틴어로 ‘신의 집’을 뜻하는 단어 ‘domus dei’에서 비롯됐어요. 로마 시대의 돔 건축물은 어원에서 알 수 있듯이 대부분 신전이었답니다. 대표적인 신전이 판테온이에요. 서기 118~120년쯤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판테온에서 돔은 신들이 존재하는 하늘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이후 돔 양식은 유럽 성당들로 퍼집니다. 대표적으로 비잔틴 제국(동로마 제국)의 성 소피아 성당이 있죠. 537년 유스티니아누스 황제 때 콘스탄티노플(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건축된 이 성당은 지름이 무려 33m인 돔이 지붕을 덮고 있어요. 본래 성당 내부는 크리스트교와 관련된 화려한 벽화와 모자이크들로 채워져 있었어요. 1453년 이슬람교를 믿는 오스만 제국이 비잔틴 제국을 멸망시킨 후 성 소피아 성당을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로 바꾸면서 크리스트교 관련 장식도 모두 없애버렸답니다.

돔 형식은 이슬람 건축에도 등장합니다.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있는 ‘바위의 돔’ 혹은 ‘바위 사원’이라고 불리는 이슬람 성지가 대표적인데요. 이곳에서 이슬람교를 창시한 무함마드가 승천했다고 전해진답니다. 건물은 팔각형 모양인데, 지붕은 천국을 상징하는 돔으로 덮여 있어요. 이슬람력의 원년 ‘헤지라’를 상징하는 보름달 모양 조각이 돔 꼭대기에 세워져 있죠. 이후 세계 곳곳에 세워진 모스크들은 대부분 돔 형식으로 지어졌답니다.

종교적 건축물에 많이 사용되던 돔은 20세기 들어 스포츠 경기 관련 건축물에 사용되기 시작합니다. 1965년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 세계 최초 돔 경기장인 ‘애스트로돔’이 지어졌어요. 텍사스 지역이 습도가 높고 비가 잦았기 때문에 비가 와도 야구 경기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야구장 지붕을 돔으로 덮어버린 것이죠. 이후 날씨에 따라 천장을 열고 닫을 수 있는 개폐식 돔구장도 등장해 쾌적하게 스포츠 경기를 관람할 수 있게 됐답니다. 국내 첫 돔구장은 2015년 서울 구로구에 지어진 ‘고척스카이돔’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