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이 최근 가톨릭 성년(聖年)인 ‘희년’을 상징하는 공식 캐릭터 ‘루체’를 발표했어요. 가톨릭에서 희년은 25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해로, 이해엔 성지 순례가 권장돼요. 루체는 노란 우비를 입은 소녀가 밝게 웃고 있는 캐릭터로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스타일이랍니다.
바티칸이 희년을 상징하는 캐릭터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해요. 젊은 세대들이 희년에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랍니다.
역사적으로 종교나 국가들은 자신들을 상징하는 캐릭터를 만들어왔어요. 특히 많은 나라들이 동물을 국가 마스코트로 삼고 있죠. 오늘은 각 나라를 대표하는 동물들을 알아볼게요.
강인해 보이는 독수리 많아
독수리는 국가 상징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동물 중 하나예요. 미국과 관련된 이미지에 독수리 그림이 들어간 경우를 많이 봤을 거예요. 미국은 ‘흰머리수리’를 상징으로 삼고 있답니다.
흰머리수리는 주로 북아메리카에서 서식해요.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인 인디언들은 흰머리수리를 신성한 동물로 여기고, 깃털로 장신구를 장식하기도 했대요. 오늘날 흰머리수리는 미국 대통령의 인장(印章)과 연방 정부 기관의 문장(紋章)에 들어가요. 문장은 단체 등을 나타내기 위한 그림을 뜻한답니다.
이 때문에 흰머리수리를 ‘아메리칸 이글(American Eagle)’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성조기를 바탕으로 흰머리수리가 정면을 노려보고 있는 이미지는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을 상징하는 것으로도 유명하죠. 흰머리수리는 지폐, 공문, 깃발에도 등장하고, 정부 기관 외 다양한 단체에서도 사용한답니다. 미국 미식축구리그(NFL) 팀인 필라델피아 이글스의 마스코트도 흰머리수리예요.
흰머리수리가 미국의 상징이 된 것은 독립전쟁(1775~1783) 직후라고 합니다. 당시 미국에선 칠면조를 상징으로 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멋지고 강인한 모습을 한 흰머리수리가 새로운 나라의 상징으로 적합하다는 결론이 났답니다. 독수리는 성경에서 ‘강한 생명력과 의지’를 상징하는 새로 나오기도 해요.
많은 유럽 국가들도 독수리를 국가 상징으로 사용해요. 유럽 문명의 뿌리인 그리스 문명에서도 독수리는 하늘과 땅을 연결해주는 신성한 새로 여겨졌어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왕’ 제우스(Zeus)의 상징 역시 독수리랍니다. 로마 건국 신화에도 독수리가 등장하는데, 로마 제국도 독수리를 상징으로 삼으며 후대 다른 유럽 국가들로까지 이어지죠.
심지어 독수리는 서기 394년 로마 제국이 동서로 분열된 뒤에도 여전히 상징 동물로 남았어요. 당시 비잔티움 제국(동로마)은 머리가 두 개인 독수리를 상징으로 삼았는데, 분열된 제국과 교회를 계승한다는 의미였대요. 서유럽의 신성로마제국도 황제의 상징으로 계속 독수리를 사용하죠. 오늘날 독일과 오스트리아, 러시아도 독수리를 국가 상징으로 사용하고 있는데요. 각각 서로마와 동로마 제국의 전통을 계승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답니다. 20세기 히틀러의 나치 역시 로마제국의 독수리를 그대로 가져와 사용했죠.
영국 사자는 용맹함이란 뜻
독수리처럼 용맹함을 뜻하는 다른 국가 상징도 있어요. 영국은 왕실과 나라를 상징하는 동물로 사자를 사용하고 있죠. 잉글랜드 축구팀의 상징도 사자랍니다. 중세 시대부터 사자는 권위와 용맹함의 상징으로 여겨졌어요. 십자군 전쟁에서 활약했던 영국의 리처드 1세는 ‘사자심왕’으로 불리며 많은 유럽 국가들의 기록에 활약상이 남아있는데요. 이 시기부터 영국 왕실 문장엔 사자가 들어가기 시작했답니다. 사자가 방패 위를 걷는 듯한 모습은 ‘행동하는 수호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대요.
현재 영국 왕실 문장은 엘리자베스 2세 때인 1952년부터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문장 가운데 방패가 그려져 있는데, 잉글랜드·스코틀랜드의 상징인 사자와 아일랜드를 상징하는 하프가 각각 들어 있어요.
프랑스 수탉은 위기 극복 상징
하지만 모든 나라들이 독수리나 사자처럼 강인한 동물을 상징으로 삼는 것은 아니랍니다. 프랑스의 국가 상징은 수탉이에요. 오늘날 프랑스 곳곳에선 수탉이 그려진 이미지나 물건을 볼 수 있답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축구연맹(FFF) 로고에도 수탉이 들어가 있어요. 프랑스 대통령이 사는 엘리제궁도 수탉 장식으로 꾸며졌답니다. 그만큼 많은 프랑스 사람들이 수탉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뜻이죠.
연약해 보이는 수탉은 어떻게 프랑스 상징이 된 걸까요? 프랑스가 겪은 역사적 위기와 관련 있답니다. 16세기 프랑스에선 종교 내전인 ‘위그노 전쟁’(1562~1598)이 벌어지며 주민들의 삶이 피폐해졌어요. 이때 브루봉 왕조의 시조인 앙리 4세(1553~1610)는 “신이 허락한다면 왕국의 모든 국민이 일요일마다 닭고기를 먹게 하겠다”고 선언했다고 합니다. 이 발언은 프랑스 국민의 생활 수준을 높이겠다는 ‘애민 정신’을 상징하게 됐고, 이후 수탉이 프랑스 민중의 상징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왕정을 무너뜨린 프랑스 혁명 때는 수탉이 평범한 사람들의 용기와 강인한 정신을 나타내는 것으로 여겨져 혁명 정부의 문서나 물건에 새겨졌어요. 지금도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훈장에는 수탉이 그려져 있고, 월드컵 같은 국제 대회가 있을 땐 수탉 모양의 탈을 쓰거나 수탉 인형을 들고 길거리로 나온 프랑스 사람들도 볼 수 있답니다.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동물도 있어요. 공식적으로 지정된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호랑이와 까치가 한국을 상징하는 동물로 여겨진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