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회사 빙그레가 최근 출시 50주년을 맞은 ‘바나나맛우유’ 용기를 국가등록문화유산에 등재 신청한다고 밝혀 화제가 됐었어요. 국가등록문화유산은 만들어진 지 50년이 지난 문화유산 가운데 국가유산청이 보존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근∙현대 문화유산인데요. 공산품이 국가유산에 오른 예로는 국내 첫 독자 생산 자동차인 ‘포니’와 ‘금성세탁기’가 있어요.
달덩이처럼 둥그렇게 생긴 바나나맛우유 용기는 조선시대 때 만든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했다고 해요. 지금까지 약 100억개가 팔리는 동안 한번도 바꾸지 않은 달항아리 모양 디자인에 한국인의 정서가 담겨 있다는 평가도 나온답니다. 그렇다면 바나나맛우유의 ‘원작’인 달항아리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달항아리의 본래 명칭은 백자대호(白磁大壺)로, 둥그런 몸체에 아무런 장식과 무늬가 없는 대형 백자 항아리를 말해요. 왕실에 도자기를 납품하던 경기도 광주의 도자기 가마에서 생산했죠. 17세기 후반부터 약 100년 동안만 만들어졌답니다.
달항아리는 제작 방법이 매우 독특해요. 보통 높이 40cm 이상의 큰 백자대호를 달항아리라고 하는데요. 당시 기술로는 이 정도 크기의 백자를 한번에 만들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위아래 부분을 따로 제작하고 합쳐서 가마에 구웠어요. 이 과정에서 백자는 터지거나 망가지기 일쑤였고, 성공하더라도 약간씩 일그러지고, 접합 부분이 티가 났죠. 이런 부분을 그대로 살린 점이 달항아리의 매력입니다.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도자기가 매번 다르게 느껴지거든요. 달항아리는 채색을 전혀 하지 않은 ‘순백자’예요. 우윳빛을 띠면서 누런빛이 있기도 하고, 여기저기 얼룩덜룩한 부분도 있답니다.
달항아리는 20세기 들어 해외에서도 조명을 받기 시작합니다. 대표적으로 1935년 조국을 방문한 영국 현대 도예의 아버지 버나드 리치는 달항아리를 가지고 영국으로 돌아가며 “이것을 가져가는 게 내게는 더없는 행복”이라고 말했답니다. 그가 가져간 달항아리는 2000년 개관한 영국박물관 한국실의 주요 유물이 되어 국제적인 인기를 얻고 있어요.
별칭이었던 ‘달항아리’는 2005년 국립고궁박물관이 ‘백자 달항아리전’을 개최하며 국립박물관의 공식 전시 제목에 처음 사용됐어요. 2011년엔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백자대호 7개의 공식 명칭을 달항아리로 바꾸면서 정식 이름으로 정착하게 됐지요.
한국의 미를 대표하는 달항아리는 요즘 ‘아이돌’ 같은 인기를 누리고 있답니다. 많은 외국인이 찬사를 남기고, 국내외 예술가들이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받은 작업을 내놓고 있어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대 디자인으로도 사용됐죠. 프랑스 출신 석학 기 소르망은 한국의 국가 브랜드 이미지로 달항아리를 추천하기도 했어요. 달항아리의 매력적인 형태, 질감, 색채가 동시대 감각과 맞닿는 덕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