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칸센 500 시리즈 열차. /위키피디아

일본이 자랑하는 고속철도 ‘신칸센’이 올해로 탄생 60주년을 맞이했어요. 1964년 도쿄 올림픽 개막에 맞춰 운행을 시작한 신칸센은 당시 시속 200km를 돌파하며 세계 최초로 고속철도 시대를 열었습니다. 일본의 양대 경제권인 도쿄와 오사카를 2시간대에 연결하며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했죠.

그러나 신칸센은 속도를 점점 올리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공기 저항 때문에 생기는 소음이 인근 주민들에게 피해를 준 거죠. 특히 열차에 전력을 공급하는 장치인 팬터그래프가 공기와 부딪치며 생기는 고주파 소음과, 열차가 터널에 들어간 후 빠져나올 때 압축된 공기가 터지며 ‘쿵’하고 나는 폭발음이 문제였어요. 그래서 1997년 생산된 신칸센 500 시리즈 열차부턴 ‘생체 모방 디자인’으로 이를 해결했어요. 생체 모방 디자인은 자연에서 발견한 구조나 패턴, 시스템을 모방한 디자인을 뜻한답니다.

신칸센 500 시리즈는 무엇을 모방했을까요? 바로 올빼미와 물총새입니다. 올빼미의 별명은 ‘자연에서 가장 조용한 사냥꾼’이에요. 날개 앞부분에 있는 톱니처럼 뾰족뾰족한 모양의 깃털이 공기의 흐름을 잘게 쪼개 소리를 줄이죠. 500 시리즈의 팬터그래프에 톱니 모양을 추가하자 고주파 소음이 극적으로 줄어들었어요. 그리고 열차 앞부분은 물총새 부리처럼 길고 뾰족하게 만들자 거짓말처럼 폭발음도 사라졌어요. 물총새는 사냥을 위해 물에 입수할 때 뾰족한 부리가 받는 저항이 적어 조용하거든요.

흔히 ‘찍찍이’라고 부르는 ‘벨크로’ 역시 생체 모방 디자인으로 만든 거예요. 1941년 스위스 엔지니어 조르주 드 메스트랄이 숲속을 돌아다니던 중에 옷 여기저기 붙은 열매가 잘 떼어지지 않아서 확대경으로 구조를 살펴봤는데요. 열매 표면에 갈고리 모양 돌기가 있었어요. 그는 그 모양을 본떠 한쪽에는 갈고리, 다른 쪽에는 실로 만든 작은 고리가 있는 벨크로 테이프를 발명했습니다. 벨크로는 단추나 지퍼 대신 손쉽게 탈부착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일상 곳곳에 쓰이고 있습니다.

건축에서도 에너지 절약 등을 위해 생체 모방 디자인을 사용해요. 흰개미의 건축술을 본뜬 건축 공법도 있답니다. 흰개미는 무더운 지방에 살면서 최고 40도, 최저 영하로 떨어지는 큰 일교차를 견뎌야 해요. 그래서 최대 6m 높이의 흙더미를 탑처럼 쌓은 후, 위쪽에 많은 구멍을 뚫어 내부에서 발생한 더운 공기가 대류 현상으로 자연스레 빠져나가도록 유도합니다. 탑 바닥에도 구멍을 뚫어 서늘한 공기를 안으로 끌어오죠. 위아래 구멍으로 공기 흐름을 조절한 결과 흰개미 집 내부는 온도 27도, 습도는 60% 정도를 유지한다고 해요.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이스트게이트 쇼핑센터는 이런 원리를 활용해 건물 위아래에 수많은 통풍구를 설치했어요. 덕분에 에어컨 없이도 내부 온도를 평균 24도로 유지한답니다. 같은 규모 다른 건물에 비해 냉난방에 사용하는 에너지가 10%에 불과하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