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장을 지낸 조각가 최만린 씨.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지낸 조각가 최만린(85·사진)씨가 17일 별세했다. 한국에서 미술교육을 받은 1세대 조각가로, 동양철학의 근원적 속성을 다뤄 한국 추상 조각의 개척자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내 화두는 ‘우리의 조각은 무엇일까’였다”고 고인은 회고한 바 있다.

경기고 3학년 재학 중 1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 입선했다.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1958년, 6·25전쟁의 상흔을 인류의 대명사 ‘이브’로 표현한 반추상 여인상 ‘이브’ 연작으로 이름을 알렸다. 생계가 어려워 3년간 라디오(서울중앙방송국) 아나운서로 일하기도 했지만, 서예 필법에 기반한 ‘천지’ ‘일월’ 연작을 비롯, 생명의 보편성을 탐구하는 ‘태’ ‘맥’ 연작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서울대 교수 및 미술대학장, 국립현대미술관장, 한국아나운서클럽 회장 등을 역임했다. 김세중조각상, 대한민국예술원상,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작년 서울 성북구에서 고인의 정릉동 자택을 매입해 조성한 ‘최만린미술관’이 지난 10월 정식 개관했다. 빈소는 서울 여의도성모병원. 발인 19일 8시. (02)3779-1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