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령 칠곡할매시인 박금분씨

80대에 처음 한글을 배워 시를 쓰고 영화에도 출연했던 박금분(93) 할머니가 지난 4일 별세했다. 박씨는 경북 칠곡군이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한글 교육을 통해 문맹을 벗어난 ‘칠곡 할매 시인’ 중 최고령자다. 박씨와 함께 글을 배운 동료들은 올해 대통령 연하장에 쓰인 글씨체 ‘칠곡할매글꼴’을 만들었다.

7일 경북 칠곡군은 전날 박금분 할머니의 발인식이 엄수됐다고 밝혔다. 박씨는 지난 2015년 팔순이 넘은 나이로 칠곡에서 주관한 성인 문해 교육을 통해 처음으로 한글을 깨쳤다. 가난 등을 이유로 학교에 다니지 못했던 박씨는 교육 당시 낱맡을 쓴 종이를 집 안 가득 붙였고, 러시아 문호 푸시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외울 만큼 열정을 보였다.

한글을 깨친 뒤 박씨는 죽음에 대한 성찰을 표현한 시 ‘가는 꿈’을 지었다. 박씨는 이 시에서 “인지 아무거또 업따/묵고 시픈 거또 업또/하고 시픈 거도 업다/갈 때대가 곱게 잘/가느 게 꿈이다”라고 썼다. 이 시는 칠곡군이 할머니 시인들의 작품을 모아 펴낸 시집 ‘시가 뭐고’에 실렸다. 2018년 발간된 시화집에선 사별한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작품 ‘영감’이 담겼다. 이듬해엔 할머니 시인들을 주제로 한 김재환 감독 영화 ‘칠곡 가시나들’에도 출연했다.

박씨는 급우들에 대한 사랑도 남달랐다. 한글 교육이 이뤄진 복성리 배움학교에서 반장을 맡았던 박씨는 6개월 이상 폐지를 주워 모은 100만원으로 회식을 베풀었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배움에 대한 할머니의 열정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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