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재소자 교화 활동을 펼쳐 ‘사형수들의 아버지’라 불렸던 삼중(82) 스님이 20일 입적했다.
서울 서대문형무소 뒤편 단칸방에서 태어난 그는 6·25전쟁이 일어나자 홀어머니 밑에서 피란 생활을 했다. 1958년 그는 경남 합천 해인사를 찾아 주지 청담 스님에게 “왜 중이 되려 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세상에서 가장 착한 사람이 되고 싶고, 죽음이 없는 영원한 인생을 찾고 싶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여기서 경산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고 화엄사, 용연사, 자비사 주지 등을 역임했다.
1967년 대구교도소에서 법문을 시작했는데 ‘목사·신부와는 달리 교도소 출입하는 스님이 없다’는 말을 듣고 “그럼 내가 가야겠다”며 처음 마이크를 잡았다. 재소자와 대화하던 중 점점 진지해지는 표정을 보고 ‘이제 이들을 도와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거물 간첩을 시작으로 사형수들에게 법문을 전하는 일을 했고, 모두 500여 명의 사형수와 만났다.
서진 룸살롱 살인 사건의 주범 중 한 명인 서울목포파 고금석이 삼중 스님을 만나 참회한 대표적 사형수였다. 1989년 그의 사형이 집행된 뒤 삼중 스님은 유언에 따라 강원 정선의 초등학생들에게 바다 구경을 시켜 주는 일을 맡았다. 스님은 “교도소를 ‘학교’라 하지 않나, 나는 사형수들로부터 늘 인생을 새롭게 배운다”고 했다.
차별에 항거해 야쿠자를 사살하고 일본 형무소에서 무기수로 복역하던 재일동포 김희로씨 석방 운동을 펼쳐 석방과 귀국에 큰 역할을 했고, 안중근 의사의 유묵을 찾아오는 일에도 힘썼다.
국민훈장 목련장, 대통령 표창, 조계종 종정 표창, 대한적십자사 박애상 금상 등을 받았다. 빈소는 동국대 경주병원, 발인은 24일 오전 6시 30분, (054)770-8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