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연합뉴스

“2020년은 (코로나 사태로) 모두에게 힘든 해죠. 그러나 우리는 전 세계에 팬이 있습니다. 모두들 박수와 함성을 보내주시겠어요.”

지난 30일(현지 시각) 미국에서 열린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Video Music Awards·VMAs)’에서 진행을 맡은 배우 겸 가수 케케 파머가 이렇게 말하자 주변은 함성과 박수로 가득 찼다. 이는 실제로 관중이 아닌, 무대 위 설치된 영상을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이 보내는 박수와 함성이었다.

미래의 음악 시상식은 이런 모습일까.

그래미어워드, 빌보드뮤직어워드, 아메리칸뮤직어워드와 함께 미국 4대 음악 시상식으로 불리는 VMAs가 처음으로 코로나 팬데믹 중에 시상식을 개최했다. 당초 미국 브루클린의 바클레이스 센터에서 개최하려고 했지만, 코로나 사태로 다수 수상자가 원격으로 무대와 수상 소감을 전달했다.

코로나 사태를 보여주듯 무대에서 가장 많이 보인 건 마스크와 방호복이었다.

이날 ‘올해의 아티스트’ ‘올해의 노래’ 등 주요 부문을 석권하며 다시 한번 ‘MTV 여왕’ 자리에 오른 레이디 가가는 다양한 마스크 패션을 선보였다. 무대에서 춤추며 노래를 부를 때뿐 아니라, 수상 소감을 말할 때도 마스크는 빠지지 않았다. ‘올해의 노래’로 선정된 아리아나 그란데와 함께한 곡 ‘레인 온 미’를 부를 땐, 입 부분이 불빛으로 반짝이는 마스크였다. 아리아나 그란데도 검은색 마스크를 코까지 잘 덮고 함께 격렬한 춤과 노래를 선보였다.

대상 격인 ‘올해의 비디오’를 수상한 더 위켄드는 미 뉴욕 허드슨 야드에 있는 건물 옥상에서 촬영했다. 어두운 밤 탁 트인 건물 옥상에서 그가 ‘블라인딩 라이츠’를 부를 때 옆에서 터지는 불꽃은 그 어떤 이전 무대보다도 화려했다. 더 위켄드는 수상 소감으로 최근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하거나 중태에 빠진 흑인들을 언급하며 “이들을 위한 정의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도자 캣이 ‘세이 소’를 부를 때는 백댄서들이 방호복을 입고 마스크를 쓴 채 함께 춤을 췄다.

이번 시상식에서 방탄소년단은 ‘베스트 팝’ 등 4개 부문을 수상했다. 이 부문에서 한국 가수가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축하 공연으로 선보인 신곡 ‘다이너마이트’ 첫 무대는 한국에서 촬영해 영상으로 제공됐다. 타임스스퀘어 등 뉴욕 명소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같은 무대였다. 이번 VMAs로 4대 음악 시상식 모두 무대에 오른 BTS 리더 RM은 “더 뛰어난 음악과 퍼포먼스로 이 사랑에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블랙핑크도 ‘하우 유 라이크 댓’으로 ‘올여름 최고의 곡’ 부문에서 수상하며 K팝 걸그룹 최초 수상자 기록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