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 블라인드 테스트’를 주도하며 펩시콜라를 세계적 기업으로 키워낸 펩시코(PepsiCo)의 전(前) CEO(최고경영자) 도널드 켄들(99)이 지난 19일(현지 시각) 별세했다. 펩시코는 이날 홈페이지에 “지금의 펩시코를 설계한 전설적인 리더가 떠났다”며 그의 부음을 알렸다.
켄들은 1963년부터 1986년 은퇴할 때까지 23년간 펩시코 CEO를 지내며 ‘콜라 전쟁’을 주도했다. 1921년 미국 워싱턴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7년 펩시코에 입사했다. 생산직과 트럭 배달 등을 거친 그는 영업부에 배치된 후 능력을 발휘했다. 1963년 CEO 자리에 오른 켄들은 칼로리를 낮춘 ‘다이어트 펩시’ 등 신제품을 출시하며 코카콜라의 아성에 도전했다. 특히 1975년 선보인 ‘펩시 챌린지’는 전설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지금까지 회자된다. 쇼핑몰 등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서 이름을 가린 두 가지 콜라를 마시게 한 후 어떤 것이 더 맛있는지 선택하도록 했다. 펩시콜라를 선택한 사람들이 더 많다는 테스트 결과를 TV 광고 등에 내보내며 활용했다. 그가 CEO로 재직하는 동안 펩시코의 매출은 2억달러에서 76억달러로 38배 성장했다.
켄들은 정치도 마케팅에 활용했다. 1959년 러시아에서 열린 박람회에 펩시 부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박람회를 찾은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부통령에게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펩시 부스에 데려와 달라고 부탁했다. 흐루쇼프 서기장이 펩시콜라를 홀짝이는 사진은 전 세계에 뿌려졌다. 펩시는 1974년 경쟁사인 코카콜라보다 먼저 소련 시장에 진출하며 소련에서 판매된 첫 미국산 소비재가 됐다. 펩시코는 추모 성명에서 “켄들은 두려움 없는 리더였고, 궁극적으로는 세일즈맨이었다”고 애도했다. 이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