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피살된 공무원에 대한) 보고를 처음 청와대가 받았을 때, 그분은 아직 살아 계셨다. 대통령이 북한에 즉시 연락해 ‘우리 국민에게 절대 손대서는 안 된다’ 해야 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자고 있었고, 아무 일도 안 했다. 세월호로 권력 잡은 이들이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사살됐다는 보고 받고도 아카펠라 공연 보러 간 것도 이해 안 간다. 이 정권의 허울, 명분, 대의 이런 것들이 모두 위선 같다. 조국 사태는 이 정권이 갖고 있는 문제의 ‘아이콘’ 같은 거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25일 현 정권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서울 역삼동에서 열린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천년의 상상) 언론 간담회에서다. ‘조국흑서’로 불리는 이 책은 진중권 전 교수, 서민 단국대 교수, 권경애 변호사, 김경율 회계사, 언론인 강양구씨가 함께 쓴 책으로 지난달 25일 출간돼 7만1000부 팔렸다. 4주째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키고 있다.
“'조국백서'로 불리는 ‘검찰개혁과 촛불시민’을 읽어봤냐”는 질문에 대해 진중권은 “좀 봤는데 못 읽겠더라. 저 사람들은 조국 사태를 친일 대 반일 프레임으로 보고 있다. 한국 곳곳에 남아있는 토착왜구 세력이 개혁에 반대하기 위해 조국이라는 사람을 공격한다고 한다. 이쯤 되면 착란증”이라고 했다.
그는 또 “보수 정권이든 진보 정권이든 예전에는 잘못을 하면 사과하고 물러났는데 그 전통이 이 정권에서 무너졌다. 자기들이 절대 잘못하지 않은 ‘가능 세계’를 만들어 간다”면서 “잘못된 행동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행동을 하게 만든 제도를 고친다. 추미애 장관 아들 사례에서 카톡으로 군복무 장병 휴가를 연장하게 한 게 그 예다. 개가 꼬리를 흔드는 게 아니고 꼬리가 개를 흔드는 식으로 물구나무 세우는 거다. 그런 세계관이 ‘백서’에 담겨있다”고 했다.
이들은 대통령의 윤리적 기능 부재도 비판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자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철학이 없다. 정치할 생각이 있던 사람이 아니라 친노 폐족이 부활을 위해 기용한 사람이라 그렇다. 586의 운동권적 세계관을 갖고 있어 정책의 모든 문제를 이념화한다. 우리 편이 요만큼 잘못하면 전선(戰線)이 해체되므로 공직윤리 위반을 해결이 아니라 돌파해야 하는 상황으로 생각한다. 대통령이 제대로 된 자유민주주의자라면 대통령직의 윤리적 기능이란 게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것이 없다. 윤미향 등 여러 문제에서 대통령 실종 상태인 거다.”
자유민주주의의 변질도 우려했다. “감사원장더러 대통령과 코드가 맞지 않으니 나가라 한다. 선관위도 우리가 추천했으니 우리 편 들어야 한다고 한다. 코로나를 핑계로 시위도 금지시켰다. 국민의 기본권은 인정해 주고 감염 위험 없게 유지해주는 게 정부 역할이지 추상적 가능성만 가지고 ‘감염시킬 거야’ 하고 때려대는 건 자유주의가 아니다. 북한과 뭐가 다른가.”
이날 간담회에는 강양구를 제외한 네 명의 필자가 참석했다. 21년간 참여연대에서 일한 김경율은 “초판 5000부가 다 안 팔리면 우리가 나눠서 사기로 했다. 책이 잘 팔리니 ‘내 목소리가 혼자 외치는 소리는 아니었구나’ 공명을 느낀다”고 했다. “대통령이 책을 읽어봤는지 혹시 아느냐”는 질문에 서민이 “대통령이 읽어주시길 바라지 않는다. 읽으면 좋겠지만 사모펀드 같은 부분은 이해 못 할 것 같다. 대통령 말고 BTS가 읽어줬으면 좋겠다”고 답해 웃음이 터졌다. 참여연대와 민변에서 활동하다 올해 두 곳 모두에서 탈퇴한 권경애는 “이런 목소리 내는 것에 굉장히 부담이 컸고 변절자, 반역자 소리도 들었다. 멘털이 강하지도 않고 드러내는 것에 익숙한 사람도 아닌데 혼자 화살을 맞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고 심경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