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창 '트렌드 코리아 2021'에서 내년 소비 트렌드를 발표한 김난도 서울대 교수.


“바이러스가 바꾼 것은 트렌드의 방향이 아니라 속도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새로운 트렌드를 창출해내기보다는 강해지는 트렌드는 더욱 강하게, 약해지는 트렌드는 더욱 약하게 만든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13일 온라인 화상회의 시스템 줌을 통해 열린 ‘트렌드 코리아 2021’ 출간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교수는 2007년부터 매년 연말 다음 해 소비 트렌드를 10개의 키워드로 분석해 왔다. 코로나 사태 이후 유행하는 단어 ‘언택트’도 2018년 김 교수가 “언택트 비즈니스가 활성화될 것”이라며 내놓은 것이다.

김 교수가 분석한 2021년 소비 트렌드의 핵심은 ‘코로나가 바꿔놓은 세상’. 그는 내년 소비 트렌드를 관통하는 첫 키워드로 ‘브이노믹스(V-nomics)’를 제시했다. ‘바이러스(Virus)’의 V와 ‘경제(economics)’를 결합시킨 단어로 “바이러스가 바꿔놓은, 그리고 바꾸게 될 경제”라는 의미다. “뮤지컬이나 오페라 등 소비자와의 대면을 중시하는 분야에서 V자 회복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일반론으로는 말할 수 없다. 코로나 상황이 개선돼야 달라질 것이다.”

‘자본주의 키즈’도 또 다른 키워드다. 자본주의의 수혜를 입고 자란 젊은이들은 “돈 밝히면 못쓴다”는 기성세대의 말을 “돈 밝히지 않으면 못쓰게 된다”는 말로 받아치며 주식 등에 적극 투자한다. “이들은 재무나 투자에 굉장히 밝고, 연인과도 부동산 임장(臨場) 데이트를 한다. 솔직하고 합리적으로 소비한다.”

‘N차 신상’도 내년 소비 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지역 기반 중고 온라인 마켓 ‘당근’에서 중고 물품 사고파는 일을 가리키는 “당근하다”라는 말이 일상어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BTS 멤버 RM도 당근한다. 김 교수는 “MZ세대는 중고 마켓에서 취향을 공유하고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삼으며 놀이터처럼 즐긴다. 산 물건을 되파는 ‘리셀(resell)’은 기존 중고 제품 거래의 맥락을 넘어선다”고 했다. MZ세대는 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 밀레니엄(M)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김 교수는 이 밖에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며 집의 여러 기능이 강화되는 ‘레이어드 홈’ ‘오늘 하루 운동’의 준말인 ‘오하운’ 등을 내년 소비 트렌드 키워드로 꼽았다.